2021년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내 직장은 문화산업에 특성화된 대학이고, 실습을 위주로 하는 학교 특성상 온라인 수업의 한계가 뚜렷했다. 결국 학생과 교직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올해부터는 대면 수업을 진행한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가 되는 순간 다시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겠으나, 짧게나마 학생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융희 문화연구자
오랜만에 대면 수업을 앞두니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학생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 허공에 독백하듯 진행한 수업은 쉽게 피곤해졌으니까. 상대방의 반응을 예상해야 했고, 끊임없이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메타적으로 점검해야 했다. 라이브와 녹화 강연 어느 쪽도 쉽게 할 성질이 못 되었다. 이제 이런 피로감도 덜 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작 수업을 시작하니 문제가 생겼다. 이전과 다른 ‘시선 공포증’이 생겼다. 막연하게 내 수업이 상대방들에게 잘 다가가고 있겠지, 학생들이 집중하겠지 생각하며 두었던 일종의 신뢰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학생들의 눈동자가 채웠다. 누군가는 웃으면서 내 수업에 반응했고 누군가는 지루해했다. 아무 감정 없이 그저 수업을 묵묵히 바라보는 듯한 눈도 많았다. 온라인 수업이란 격실 속에서 안전하게 격리되어 이루어지는 일종의 교강사 보호구역이었던 셈이다.
올해 첫 수업을 마치자마자 다음 수업 준비와 함께 재작년 수업을 되새겨보았다. 나는 그때도 수업 중 학생들의 시선을 파악하지 못해서 두려워했나? 그렇지 않았다. 나는 학생들과의 수업을 즐겼고 눈빛이나 표정, 분위기로 학생들을 파악하며 수업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해 1년간 강의를 하지 못하면서 그런 아날로그적 감각을 모두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되새겨보면 코로나 시대에 잃어버린 감각이 이거 하나뿐일까. 며칠 전 온라인에는 햄버거를 먹고 싶었지만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해 울음을 터뜨린 어머니의 이야기가 공유되었다. 쇼핑 같은 일상부터 축제나 행사까지 메타버스의 가상공간 속에서 진행될 거라는 전망 반대에는 점차 디지털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 아날로그적인 감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들과 디지털적인 감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다른 세계상을 살아간다.
이처럼 ‘언택트’로의 전환은 특이점을 지나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것처럼 우리에게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저 온라인 전환에 딸려갈 뿐이며 도태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어느 공간에서도 주목받지 못한다.
4월부터 백신 접종이 일반인 전체로 확대될 거라는 뉴스를 들었다. 이제 서서히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생활 역시도 정상화될 것이다. 코로나와 함께한 1년 동안 우리는 어떤 감각을 잃어버리고 살았을까. 그리고 어떤 동료 시민들을 도태시키며 살았을까. 코로나 이전의 회복과 함께 아날로그의 감각과 인간성의 회복 역시도 고려해봄 직한 시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