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의 호소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


완독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의 호소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

위력은 그분의 잘못을 내가 감내하게 만들었다
위력은 그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수백번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공개석상에서 자신을 둘러싼 ‘2차 가해’에 대해 “이제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는 입장을 직접 밝혔다. 박 전 시장 사망 후 252일 만으로 피해자가 편지 대독이나 변호인단을 통해서가 아닌 자신의 입으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 A씨는 17일 서울 중구 티마크그랜드호텔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는 사람들’이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사실을 왜곡해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면서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우상호 “박원순, 얼마나 힘드셨을까!” 2차 가해 재촉발

그는 “고인이 살아서 사법절차를 밟고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사건의 진실에 좀 더 가까워졌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전 시장의) 방어권 포기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인정한다면 용서하고 싶다.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그분’과 남은 사람들의 위력 때문에 겁이 나서 하는 용서가 아니다. 저의 회복을 위해 용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직접 연단에 선 이유를 일상의 회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있어 말하기는 의미있는 치유의 시작이라고 한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격체로서, 사건의 피해자로서 제 존엄의 회복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당당하고 싶다. 긴 시련의 시간을 잘 이겨내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주고 싶다”고도 했다.

이날 A씨는 기자회견 서두에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를 통해 밝힌 입장문을 통해 박 전 시장의 ‘위력’(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타인의 의사를 제압하는 힘)으로 인해 피해사실을 제대로 호소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이 심각한 수준이 돼도 내가 감내하게 만들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번 고민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잘못으로 인해 제가 겪는 피해보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 제가 직면할 어마어마한 상황을 두려워하게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전문]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시장 위력 여전히 존재…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용서할 것”

또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여성단체 인사 등은 박 전 시장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보궐 선거에서는 본 사건으로부터 반드시 얻어야 했던 교훈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여기서 끝낼 수 없고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은 지난해 7월 8일 전 비서에게 강제추행 및 성폭력처벌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박 전 시장은 다음날인 9일 오전 시장 공관을 나간 뒤 10일 자정 무렵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 후 5개월 동안 수사를 벌였지만 피의자 사망으로 인해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2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오경민 기자 5km@khan.kr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