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생산부터 핵폐기물 처리와 폐로 과정까지 전체 발전 주기를 고려하면 핵발전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핵발전은 사고 위험과 핵폐기물, 보안 문제 등 단점이 너무 크다. 갈수록 발전 비용이 증가하고 부지 선정, 설계, 시공, 가동까지 적어도 12년 정도 걸리는 핵발전은 비용과 시간 싸움인 기후위기에 적합하지 않다. 핵발전소는 폭우, 폭염, 태풍 등 기후재난에 안전하지 않다. 지금까지 핵발전을 늘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나라가 없다. 경직성 발전원인 핵발전은 유연한 발전원인 재생에너지 발전과 충돌한다. 탈핵과 탈석탄은 기술적·경제적 문제보다는 사회적·정치적 문제다.” 이상은 최근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이 펴낸 <기후위기와 탈핵>에서 핵발전이 기후위기의 대책이라는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한 내용의 요약이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공동대표
핵발전이 기후위기에 부적합한 이유가 이렇게 차고 넘치건만, 핵산업계는 여전히 기후위기를 빌미로 핵발전을 밀어붙인다. 긴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치솟았던 지난해 여름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났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핵발전이 기후위기의 대책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사고 발생 얼마 후 ‘후쿠시마’를 핵발전 강화의 계기로 삼자는 황당한 주장도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대놓고 핵발전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10년’이란 세월 덕분이다. 망각의 힘은 이렇게 무섭다. 그래서 기억이 중요하다. 창졸간에 집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핵연료가 녹아내린 격납용기 내부는 그때 그대로고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모른다. 일본 정부가 방류하겠다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전 세계와 미래세대의 중대 현안이다. ‘후쿠시마’는 10년 전의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체르노빌’이 터졌어도 찬핵론자들은 사고의 재발 가능성을 외면하고 핵발전을 고집했다. 그리고 25년 뒤, ‘후쿠시마’가 터졌다. 핵산업계는 ‘후쿠시마’의 재발이 비현실적 가정이라고 하겠지만, 재발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야말로 비현실적이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재난을 겪으면서도 사고의 ‘한계’를 인간이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지나 오만이다. “원전 사고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어디선가 반드시 일어난다.”(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 ‘어떻게’ 일어날지도 모른다. ‘사고’는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설비에서는 ‘정상’이고, 핵발전소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후쿠시마’급 사고에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위기의 기본 법칙이 있다면, 누구에게도 위기의 전후가 같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기를 겪고 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지기 마련이며 결코 똑같을 수 없습니다.”(프란치스코, <렛 어스 드림>) 좋아지고 나빠지고는 재난의 교훈을 얼마나 겸손히 수용하고 변화하는가에 달려 있다. 에너지 전환이 기후위기 대책의 핵심이지만, 삶의 전환 없이는 기후위기가 요구하는 에너지 전환도 불가능하다. 핵발전은 우리가 추구해온 경제성장과 소비주의 생활양식의 주요 동력이었고, 기후위기는 경제성장과 소비주의의 결과다. 핵발전에 매달리는 것은 기후위기를 초래한 성장 위주의 경제를 고집하는 것이고, 그러는 한 기후위기는 가속화된다. 핵발전이 기후위기의 대책이 될 수 없는 근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