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툰의 인기가 꾸준합니다. 거창한 나의 성취나 엄청난 우연의 체험이 아니라 개인의 진짜 일상과 감정, 그리고 생각들을 섬세하게 묘사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작품에 사람들은 힐링을 받았다며 댓글을 남깁니다. 잘 짜인 드라마 같은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작가의 실제 경험이 녹은 에피소드에 더욱 공감이 커진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좀처럼 우리 종과 떨어지려 하지 않는 바이러스와 1년이 넘도록 사투를 벌이고 있느라 팬데믹 이전의 평범한 삶이 까마득한 사람들은 그토록 동경하던 북유럽과 열대의 해변은 언감생심 꿈을 꾸지 못하더라도 예전 왁자지껄한 모임에서의 즐거움을 그리워하며 더욱 타인의 일상을 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사이 확진을 받으신 분들의 동선 공개에 오지랖 넓은 참견들이 댓글로 올라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였습니다. “하루 종일 먹으러 다닌다”며 놀림거리를 만들거나 유흥업소에 다녀온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확진을 받으신 분은 하루 종일 도서관을 떠나지 않고 편의점만 잠시 다녀와 ‘눈물 나는 동선’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9시에 출근해 23시까지 이동 없이 일을 한 분에게 수많은 직장인들이 남긴 울분의 반응 역시 회자되었습니다.
이처럼 공인도 아닌 일반인의 삶까지도 공개되는 일이 벌어지자 각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일도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10시 이후 영업금지와 같은 비상시의 조처들이 사회적 규약으로 철저히 지켜지는 이유 역시 QR코드 출입 명부와 같이 각자의 삶을 남기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수용되면서 각자의 삶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일상이 공개되는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매료되는 것은 무엇보다 일상 속 착한 이야기들입니다.
택배를 배달하는 차량의 짐칸에 강아지가 있다며 학대를 의심하던 사건은 다친 유기견을 구조하여 정성스레 보살핀 후 분리불안을 지닌 반려견을 배려하기 위해 자신의 근무처에 동반하는 반려인의 미담으로 감동의 반전을 우리에게 선사했습니다. 지금은 택배회사의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되었고 타고 있는 배달차량이 일하는 구역을 ‘경태존’이라 부를 정도로 유명견사(?)가 되었다 합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일곱 살 차이 나는 동생과 편찮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 형제에게 치킨을 무료로 제공한 이야기는 전국에 살고 있는 분들이 “돈쭐내주려는” 주문 폭주로 이어졌습니다. 얻어진 매출에 다시 자신의 돈까지 더해 기부를 한 치킨집 사장님의 이야기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사회에서 수용되는지를 보여준 예제입니다.
미담을 찾는 것은 지금의 시대만이 아니었습니다.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일이 탐관오리를 찾아 벌을 주는 것뿐 아니라 보고서의 ‘별단’에 자기가 살핀 숨은 미담이나 열녀, 효자의 행적 등을 기록해 알렸다는 것처럼 우리들은 착한 이야기를 계속 원해 왔습니다.
플랫폼 경제와 긱 이코노미라 불리는 고정되지 못한 일자리로 삶이 퍽퍽해지고,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너무나 빨리 바뀌는 세상이 어지러운 사람들은 낙오의 두려움을 느끼며 기댈 곳 없는 자신의 삶이 위험하게만 느껴집니다. 미국의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교수의 글처럼 코로나19 이후 ‘실직한 사람들(The Unpaid)’과 ‘잊혀진 사람들(The forgotten)’은 물리적 단절이 심리적 고립에 이르게 하는 공포를 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매일의 삶이 투명하게 공개되며 누군가의 선한 일상이 알려지고 이 이야기들이 비 갠 오후 종소리의 파동처럼 널리 퍼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아직은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임을 느끼고 싶은 것이기도,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내 안의 선한 마음을 지켜야 함을 스스로 독려하기 위함이기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