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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임대차보호법

경제원론 교과서를 펼치면 주택 임대료상한제의 폐해가 주요 토픽으로 등장한다. 정부가 주택 임대료 상한을 낮게 책정하여 임대료가 하락하면 불로소득을 벌고 있는 임대인의 소득을 일부 빼앗아 가난한 임차인에게 주는 정의가 실현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임대료가 낮아지면 임대주택 투자의 수익률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의 공급이 감소한다. 그럼 임대주택의 혜택을 누리는 가구의 수가 줄어들고 임대료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진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많은 경제학자들이 임대료상한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다. 그러나 작년 여름부터 시행되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개정 임대차보호법은 교과서가 그리는 임대료상한제와 거리가 있다. 이에 의하면 임차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년이 아니라 4년의 계약을 보장받을 수 있고, 계약갱신 때 임대료가 5% 이상 증가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기존 임차인에게 2~4년의 주거안정을 보장해주는 셈이다. 그러나 혜택은 여기서 끝난다.

임대차보호법에서 자유로운 계약의 임대료가 연간 5%보다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자. 임대인은 새 계약을 맺을 때 향후 2년이 아니라 4년 동안 받고 싶은 임대료의 연평균을 계약 임대료로 요구할 것이다. 이는 새로운 계약의 임대료를 즉시 상승시킨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면 기존 임차인의 혜택은 소멸되고 모든 임차인은 임대료가 2년마다 상승하는 세상에서 4년마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는 세상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러나 임차인이 4년 동안 부담하는 임대료의 합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여 장기적으로 공급을 감소시키는 임대료상한제의 교과서적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평균 계약 기간이 늘어나면 많은 임대주택이 계약에 묶여 매월 시장에 나오는 임대주택의 공급이 감소하여 임대료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거꾸로 임차인들이 더 오래 현재의 주택에 살 수 있으니 임대 수요가 감소하여 오히려 임대료가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둘 다 틀린 주장이다. 늘어난 계약 기간은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감소시킨다. 매월 시장에 나오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수가 줄어들면 시장의 두께가 엷어져 임대료의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다. 그러나 개정 임대차보호법은 큰 폐해 없이 새 집에 익숙해질 만하면 비싼 중개수수료와 이사비를 또 부담하고서 짐을 꾸렸다 풀어야 하는 임차 유목민의 설움은 완화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월세 이야기다. 전세로 가면 이야기가 꽤 달라진다. 전세는 낙후된 제도라는 인식이 있지만 요즘 말로 하면 P2P 그림자 금융, 환매조건부 계약, 월세가 결합한 복합 금융상품이다. 그리고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시장의 규모가 금융기관 가계대출의 절반에 이를 수 있다. 임차인은 계약 기간 동안 전세금만큼 임대인에게 대출해주고 사는 집을 담보로 잡는다. 임대인은 전세금을 임대 보증금으로 삼아 임대료 미납, 건물 훼손 등으로 생기는 임대인의 손실을 방지한다. 그러나 임대료는 주고받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부도가 나지 않는 전세 계약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내고 받는 임대료는 전세금이 아니라 전세금에 이자율을 곱한 값이라는 것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임대인은 전세금 인상을 통하여 수취하는 임대료의 하락을 막으려 한다. 그런데 전세금의 크기가 임대차보호법으로 묶여 있으면 이자율이 크게 하락할 때 임대료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불안한 임대인은 이 위험을 보상받기 위해 더 높은 전세금을 요구할 것이다. 그 결과 전세금이 크게 오르면 전세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서울의 전세가격은 개정 임대차보호법이 실시된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급등했다. 최근의 저금리 국면이 시작된 지 시간이 꽤 지난 후의 일이다. 저금리의 결과로 보기 힘들다. 개정 임대차보호법은 월세 임차인에게는 제한된 혜택을 주겠지만 전세 임차인에게는 손실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전세 임차 가구는 정부가 급박하게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전세금을 고정시킨다고 전세 계약에서 발생하는 임대료가 고정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필자가 선호하는 임대주택 정책은 토지 보유세를 인상하고 그 세수로 저소득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조세 왜곡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정공법으로 저소득층의 임대료를 낮추는 정책이다. 현 정부는 증세를 통한 소득재분배에 대해선 소극적이면서 시장 가격 통제를 통한 재분배에는 과감한 경향이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시장에서 용감한 가격 통제는 큰 부작용을 야기하기 쉽다. 반대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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