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
지역 야구 명문고로 최근 부상
연장 접전 끝 시바타고에 승리

교토국제고등학교 선수들이 24일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93회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 32강전에서 시바타고와 연장 10회 접전 끝에 5-4로 승리한 뒤 한국어 교가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조상 옛적 꿈자리….”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졌다. 이 장면은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됐다.
대회 5일째인 24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의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교토국제고-시바타고의 1회전에서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졌다고 닛칸스포츠가 이날 보도했다. 봄 고시엔은 8월 개막하는 여름 고시엔(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와 함께 고교 야구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다. 교토국제고가 고시엔에 출전한 것은 봄·여름 대회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교가는 교토국제고의 2회초 공격이 시작되기 전 연주됐다. 원래 고시엔에서는 경기 종료 후 승리한 학교 선수들이 홈플레이트 부근에 도열했을 때 교가를 틀어주는 게 전통이다. 그러나 1999년 봄 고시엔부터 1회전에만 1회말 공격이 끝난 뒤 공수 교대를 할 때 양교 교가를 각각 들려주도록 했다. 모든 참가교에 대한 배려다.
이날 고시엔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시바타고를 5-4로 제압한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두 차례나 흘러나왔다.
1947년 교토조선중학교로 개교한 교토국제고는 1958년 학교법인 교토한국학원 법인 설립을 승인받았고, 1961년과 1965년 각각 한국 정부로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설립 인가를 받았다. 2003년에는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도 받았다.
- 스포츠 많이 본 기사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1999년 창단했다. 서서히 실력을 키우며 2016년부터 지역 대회 4강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2019년 춘계 지역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교토의 야구 명문고로 부상했다. 프로야구 두산의 내야수 신성현도 이 학교 출신이다.
한편 NHK는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연주될 때 가사 중 ‘동해’를 일본어 ‘동쪽의 바다’로 번역한 자막을 붙여 방송했다. 고유명사 ‘동해’를 사용하지 않고 동쪽 바다라는 보통명사로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