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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선거와 부동산 역풍

입력 2021.03.25 03:00

수정 2021.03.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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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서 고전하고 있다. 작년 4월 총선에서 올린 대승의 기세는 1년 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중도층이 여권에서 이탈하여 야권에 합류하는 흐름이다. 중도층과 보수층이 연결되면서 ‘윤석열 현상’은 국지풍에서 항상풍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중도층의 두려움이 어느 순간 급속히 커졌기 때문이다. 여권의 행동이 중도층의 두려움을 보수층의 증오와 경멸과 연결시켰다. 4년 전 촛불항쟁에서 형성된 연대감은 사라져 버렸다. 이제 여권은 거대한 대중 정서의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

애스모글루와 로빈슨은 <좁은 회랑>이라는 책에서 국가와 사회가 균형을 이루는 경로를 논한 바 있다. 국가 부재와 독재 국가가 널리 퍼져 있는 사이에 좁은 회랑이 있다. 그 좁은 회랑에서 유능한 국가가 유능한 사회와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좁은 회랑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좁은 회랑 안에서는 국가 엘리트들과 사회 세력들과의 균형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이 회랑 구조의 밖으로 이탈하려고 하면 저항력에 직면한다. 거대한 역풍을 맞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의 국가보안법 개정 무산이 이런 사례 중 하나이다. 당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의 회고에 의하면, 국가보안법 개정안이 여야 간 협상을 통해 의견 접근을 보았으나, 완전폐지파 의원들에 패배하면서 국가보안법 개정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득세한 여권의 강경론은 국민들의 균형 감각과 충돌했고, 이후 노무현 정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도 좁은 회랑의 반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자신감 속에서 민주화 체제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조치들을 내놨다. 국정원의 정치도구화, 테러방지법 추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 민주노총 억압 등을 밀어붙였다. 이러한 조치들이 이어지면서 민주화 체제를 위협하는 ‘점진 쿠데타’라는 평가가 나오고, 몰락이 시작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자 힘을 과시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회랑의 균형에서 벗어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완고한 부동산정책은 역방향의 바람을 키우고 또 키웠다. 첫째로 부동산 관련법을 처리하는 과정이 문제였다. 기립표결, 속전속결 방식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생경한 충격이었다. 이는 국회 원 구성에서의 상임위원장 독식과 함께 견제장치 없는 폭주로 여겨졌다. 이후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기립표결을 강행했다. 이런 방식은 중도층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둘째로 부동산 관련 조세 문제는 자유와 정의의 문제를 이념적 수준에서 다시 제기했다. 자유와 정의는 정치 이념일 뿐만 아니라 보편적 복지정책, 기본소득·기본자산제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근대국가의 기본 골격은 자유와 정의를 보장하는 한도 내에서 조세재정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로빈 후드는 의적이지만 국가시스템이 될 수는 없다. 조세 문제는 정파 간, 사회 세력 간 숙의와 타협을 거치지 않으면 저항과 반란의 불씨가 된다.

셋째로 정책이 사법체계의 혼란과 얽혀들고 있다. LH 사태는 공기업의 부패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현 정부는 사법체계 개혁을 강조해왔고 검찰 수사권이 주로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사법체계의 본질은 자원의 소유·사용을 둘러싼 게임의 규칙이다.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적폐청산 차원으로 봤지만, 국가 엘리트에 대한 단속과 기강 문제는 계속 의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국가기구가 통렬하게 자승자박하지 않으면, 규칙의 공정성과 사법의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

국가란 본질적으로 공통의 권력으로서 ‘리바이어던’이다. 그런데 그 리바이어던에 채워진 족쇄가 풀렸다는 두려움이 커지면, 사회의 저항이 시작된다. 여기서 큰 바람은 중도층이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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