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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과 대화 거부 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긴 여정이 북한의 8차 당대회,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한·미 연합훈련, 한·미 외교·국방 장관 2+2 회담을 거쳐 잠시 동안의 숨 고르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였으나,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긴장 조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미국은 아시아에서 한·일 외교 및 국방 수장 간 회담 일정을 소화하기 직전, 대북 접촉을 시도해왔으나 북한의 반응이 없음을 공개했고, 북한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직접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과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북·미 간 대화 재개는 가능하다는 것,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거부했을까. 북한은 금번 최선희 제1부상 담화에서도 밝혔듯,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의 대화 재개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 중인 만큼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동맹을 중시하며, ‘억제’와 ‘외교’를 고려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의를 ‘시간벌이용’으로 폄하하면서 ‘서로 동등하게 마주앉아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2월에 접촉을 시도한 의도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대북 접촉 시도를 통해 북한에 대화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성급한 행위를 방지하고자 했으며, 이에 북한은 경고성 담화와 저강도 시위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전략적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판단된다.

그렇다면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국경 개방과 교류에 제약이 되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껏 북한은 코로나19 환자가 전무함을 대외적으로 공표해왔으므로, 쉽게 경계를 허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난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발표된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김여정 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우리에게 보낸 메시지를 고려하면 북측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는 남북관계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계 진전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미 연합훈련, 북한인권 문제 등 여러 상황 요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비교적 부드럽게 상호 소통할 수 있는 민간 교류 재개를 위한 준비를 꼼꼼히 해두어야 할 것이다. 인도주의에 입각한 협력은 정치·군사·안보 상황과 무관하게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진척을 만들어가야 하며, 정부는 민간의 자율적인 의지와 실천을 위한 노력을 존중하고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북·미 간 대화무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본격적 대화재개 전에 신뢰조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의료 협력을 통해 접촉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해 인도적 협력과 관련한 제재 면제를 신속하고 폭넓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제재의 유연화를 통한 대북 인도적 협력 촉진은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한 존중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북한을 대화 상대방으로 존중하고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에 대한 전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인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북·미 간 주요 합의에 반영되어 있는 공통 목표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와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향후 정세의 향방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추가 무력시위를 멈춰야 한다.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한국과 미국의 외교 및 국방 수장들이 5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마련’을 강조한 바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정책 추진 시 ‘같은 입장(on the same page)’이 중요함을 상호 확인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미 간 정책 공조와 조율이 보다 단단히 이루어져서, 북한과의 대화재개와 함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다시 한번 힘차게 가동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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