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사 덮친 베이징 ‘답답한 하늘’ 중국 베이징에 황사가 덮친 28일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쓴 채 고층빌딩이 늘어선 상업중심지구를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 | EPA연합뉴스
‘압박 좌시하지 않겠다’ 의지
신장 위구르 관련 제재 맞서
미·캐나다 단체 등 맞불 제재
우군 확보 위한 중동 순방도
미·중 대치 전선 확대 가능성
“미국은 마치 윗사람처럼 중국에 말할 자격이 없고, 이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지난 18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직후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이른바 ‘전랑(늑대 전사) 외교’에 기반해 더 이상 미국의 압박을 좌시하지 않고 공세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개인 및 단체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과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이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탄압을 이유로 중국 관료와 단체를 제재하자 바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조 맨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의 아내인 게일 맨친 미국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회장과 토니 퍼킨스 부회장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캐나다에서는 마이클 총 의원과 의회 내 국제 인권 관련 소위원회도 제재 대상이 됐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8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비공식 안보협의체 ‘쿼드’가 다음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잉 시난정법대 교수는 “반중 안보그룹인 쿼드가 그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해협 인근에서 대규모 무력시위도 벌였다. 28일 대만 국방부는 중국 군용기가 지난 26일부터 양일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26일에는 J-16 전투기 10대 등 총 20기가 대만 남부를 포위하듯 비행하고 돌아갔다. 이는 지난해부터 대만 국방부가 중국 군용기의 비행 상황을 발표한 이래 최대 규모다. 27일에도 전투기 1대가 대만의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중국은 조 바이든 미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대만이 거리를 좁힐 때마다 대만해협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반복해왔다. 이번 무력시위 역시 지난 25일 미국과 대만의 해경 분야 협력 양해각서 체결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양국의 외교전이 치열해지면서 미·중 대치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미국이 새 정부 출범 후 동맹 결집에 나서자 중동과 동유럽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27일에는 중국과 이란이 향후 25년간 정치·경제·무역 분야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당장의 상황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이란 간 관계는 영구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26일에는 유럽을 순방 중인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이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의 오폭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던 세르비아 중국대사관 자리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웨이 부장은 “중국군은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향후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광폭행보에 중국 내부 결속도 한층 강화되는 모양새다. 중국 누리꾼들은 신장 위구르 지역의 면화를 공급받지 않겠다고 밝힌 H&M, 나이키 등 패션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섰다. 최대 시장 중국의 애국주의 불매운동은 서방 진영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다양한 세력을 동원하고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우리의 주권과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인민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