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필요한 '멍상'

최유진 PD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밀레니얼을 위한 명상 커뮤니티 ‘왈이의 마음단련장’ 사무실에서 공동 대표 김지언(왼쪽), 노영은(오른쪽)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명종 PD yoopd@khan.kr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밀레니얼을 위한 명상 커뮤니티 ‘왈이의 마음단련장’ 사무실에서 공동 대표 김지언(왼쪽), 노영은(오른쪽)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명종 PD yoopd@khan.kr

몸이 아프면 약을 먹고 쉴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이 아픈 것은 관리가 쉽지 않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나서야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들도 적지 않다. 병이 되기 전의 내 마음 상태를 알고 스스로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방법은 없을까.

밀레니얼의 명상 커뮤니티 ‘왈이의 마음 단련장’을 운영하는 김지언, 노영은 대표는 불안함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멍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음도 운동이 필요해.’ ‘왈이의 마음단련장’은 이 문장을 모토로 일상에서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사무실에서 두 사람의 마음을 챙기는 법에 대해 들었다.

“왈이의 마음단련장을 만든 것은 밀레니얼들이 모여서 ‘멍상’을 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명상’이라고 하면 궁서체 느낌이 나고 좀 어렵고 다가가기 쉽지 않은 느낌이 드는데, 획을 하나 빼면 ‘멍상’이죠. 쉽고 재미있고, 일상 속에서 해볼 수 있는 콘텐츠들을 준비합니다.”(노영은)

“명상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껴요. 10년 전 요가의 매니아층이 형성됐던 시기와 현재의 명상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비슷합니다. 넷플릭스에 명상에 관한 콘텐츠도 많아졌어요. 미국처럼 이미 명상이 대중화가 된 곳에서 영향을 서서히 받는 것 같아요. 특히 Z세대분들이 열려 있어요. 사실 모든 세대가 힘든 건 똑같잖아요. 그런데 나를 돌보고 마음을 관리하는 것에 젊은 세대분들이 훨씬 더 열려있는 것 같아요.” (김지언)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밀레니얼을 위한 명상 커뮤니티 ‘왈이의 마음단련장’ 사무실에서 공동 대표 김지언(왼쪽), 노영은(오른쪽)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명종 PD yoopd@khan.kr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밀레니얼을 위한 명상 커뮤니티 ‘왈이의 마음단련장’ 사무실에서 공동 대표 김지언(왼쪽), 노영은(오른쪽)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명종 PD yoopd@khan.kr

‘왈이의 마음단련장’이 처음부터 명상에 올인한 것은 아니었다. 2019년 이태원 소월로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명상뿐 아니라 요가, 북클럽 등 일상적인 마음 관리를 위한 여러 솔루션들을 제안하다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올 초부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명상 클래스를 시작했다. 비대면이지만 전보다 수업 횟수는 늘었다. 이용자는 주로 25~35세 여성들이다.

“퇴사를 준비하거나 퇴사한 분들이 많아요. ‘이제 나를 찾아야겠다’ ‘내가 날 너무 모르는구나’라고 느끼는 사춘기의 시기가 오면 마음이 힘들어서 정신과나 상담센터를 찾잖아요. 그런데 마음은 아프고 나서야 뭔가 관리를 하려고 하면 불필요하게 많은 힘, 또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명상은 마음의 자립을 위한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두 대표는 말했다.

‘멍상’의 시작은 ‘지금’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행위이다. 이를 닦을 때나, 앉아 있을 때에도 그 순간에 집중해야 하지만 생각은 퍼지고, 오늘 본 각종 영상이 떠오른다면 ‘지금’ ‘여기’에 있지 못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온전한 쉼은 몸과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를 때 가능하다고 했다.

“멍하니 동영상을 보고 있는 것이 전형적으로 ‘몸은 쉬는데 마음은 쉬지 못하는 상태’이죠. 주말에 잘 쉬려고 해도 그냥 날려버린 느낌을 받기도 하고요. 마음이 과거나 미래가 있으면 ‘쉰다’고 느끼지 못해요. 과거로 가면 ‘~를 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가 밀려오고, 미래로 가면 불안하죠. 하지만 ‘지금’ ‘여기’는 온전하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고 있어요. 머릿속의 시점이 시간을 넘나드니 쉬지 못하는 것 같아요”(김지언)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왈이의 단련장' 사무실에서 김지언(왼쪽), 노영은(오른쪽)대표가 ‘3분 멍상’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왈이의 단련장' 사무실에서 김지언(왼쪽), 노영은(오른쪽)대표가 ‘3분 멍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멍상’만 하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두 대표는 명상이 불안을 잠재우는 만능 스위치는 아니라고 말한다.

“없애려고 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게 불안이지요. 불안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 왔다는 것을 인정하면 돼요. 집에 손님이 왔을 때 차 한 잔 대접하며 대하는 것처럼 불안도 나에게 찾아온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예요.”(노영은)

불안을 친구처럼 생각할 수 있게 되는 힘을 명상으로 기른다는 것이다. 그 힘은 운동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마음의 근육을 길러야 강해진다고도 했다.

“사람들은 명상을 ‘마음 스파’처럼 생각하지만 명상은 마음의 살을 찌우고 힘을 만드는 운동과 비슷해요. 명상에서 평온함을 얻거나 ‘잘 쉬었다’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죠. 꾸준히 하면 힘든 상황을 의연하게 넘기는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김지언)

명상으로 마음을 챙기려면 아프기 전에 마음이 보내는 시그널을 자각해야 한다.

“마음도 결국 몸의 증상을 통해 신호를 보내요. 불면증이 그렇죠.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미열이 계속 있는 상태이거나 허리와 척추 질환 역시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정말 신체적인 질환일 수도 있지만 마음과 연관된 문제일 수도 있어요.”(김지언)

지금까지 마음을 다스리려고 ‘왈이의 마음단련장’을 찾은 ‘멍상가’는 300명이 넘는다. 김지언 대표와 노영은 대표는 “너무 아플 때까지 마음을 방치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고 했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에 대한 대한 편견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평소에 꼼꼼하게 마음을 챙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여린 사람들을 유약하게 보지 않았으면 해요.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한 용기이고 지혜거든요.”(김지언)

<최유진 PD · 유명종PD yujin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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