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국민 질책 엄중히 받아들여 낮은 자세로 국정 임할 것”

이주영 기자

재·보선 결과에 고개 숙여…후임 총리 인선과 부동산 정책 등 쇄신 고심

문 대통령 “국민 질책 엄중히 받아들여 낮은 자세로 국정 임할 것”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4·7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여권에 등돌린 민심의 따가운 회초리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재·보선 결과에 대해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보선 선거 결과를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방역, 민생, 개혁 작업에 매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선거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부족했다”며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참패로 끝난 재·보선 결과는 문재인 정부 4년에 대한 국정심판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불과 1년 전 여당에 180석을 몰아주며 힘을 실어줬던 민심이 정반대로 돌아선 배경에 대한 내부 분석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거칠게 추진한 검찰개혁, 법망을 피해 이득을 챙긴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 부동산 파동과 자산 양극화 심화, 잇따른 인사 참사 등이 누적되면서 중도층은 물론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 인사 실패가 가장 큰 패착”이라며 “아는 사람만 쓰고, 잘못을 해도 책임을 묻기보다 안고 가는 인사 스타일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김상조 전 정책실장 사례에서 보듯 민심은 도덕적 우월감을 갖고 있던 진보세력이 보수랑 다를 게 없다는 데에 분노하는 것”이라며 “이미 진보도 기득권이 된 상황에서 네 편, 내 편을 구분하고 적폐청산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위기가 더욱 고조되면서 청와대도 국정쇄신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인사와 정책이 두 축이다. 문 대통령은 다음주 사의 표명을 할 것으로 보이는 정세균 국무총리 후임자를 포함한 중폭 이상의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임 총리로는 경제전문가, 화합형, 관리형 등이 두루 거론돼온 가운데 재·보선 결과를 고려해 쇄신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인사가 발탁될 수 있다는 전언도 있다. 일각에선 대통령비서실 전면 개편 등 인적 쇄신 가능성도 거론되나, 청와대는 “현재까지는 사의를 표명한 참모가 없다”고 전했다.

정책의 경우 큰 틀은 유지하면서 선거과정에서 분출된 표심을 반영한 미세 조정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대책에서 공공주도의 2·4 공급대책은 일정대로 유지하면서 실수요자에 대한 일부 대출 규제 완화나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 경감 방안 등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기조를 바꾸라는 요구가 많지만 뭘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제각각”이라며 “선거과정에서 나온 의견들을 수렴해 당과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크게 지긴 했지만 정국 주도권은 여전히 여당에 있고, 그중에서도 핵심은 문 대통령이 쥐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레임덕으로 갈 수도, 지지율이 다시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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