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내로남불(naeronambul)

차준철 논설위원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한국 재·보선 결과를 전하는 기사에서 ‘내로남불’(naeronambul)을 거론했다. 뉴욕타임스 온라인판 갈무리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한국 재·보선 결과를 전하는 기사에서 ‘내로남불’(naeronambul)을 거론했다. 뉴욕타임스 온라인판 갈무리

영국·미국의 유명 영어사전에 우리말 발음대로 실린 한국어 단어가 여럿 있다. 온돌(ondol)·김치(kimchi)·소주(soju)·태권도(taekwondo) 등이 대표적이다. 달리 대체할 영어 단어가 없는, 한국 고유의 문물을 가리키는 말들이라 한국어가 그대로 국제 통용어가 된 것이다. 한국 문화가 해외로 수출된 셈이다. 재벌(財閥)은 ‘자이바쓰’라는 일본 조어가 국내에 수입된 것인데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chaebol’로 등재돼 있다. “한국 대기업의 형태로, 특히 가족 소유의 것”이라 풀이한다. 이 또한 한국에만 있는 것으로 세계가 인정했다고 할 수 있다.

한류가 확산하면서 우리말 단어가 해외 각지에서 그대로 쓰이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오빠(oppa)·언니(unnie)·막내(maknae)·애교(aegyo)·대박(daebak) 등은 해외 K팝 팬들에게 이미 익숙한 한국어이자 공용어다. 이런 단어들을 가리켜 ‘돌민정음’이라고 한다. 아이돌과 훈민정음을 합친 신조어인 돌민정음은 해외 팬들이 K팝을 즐기면서 한글 가사나 표현을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을 말한다. 한류 붐과 함께 한국 정서를 담은 ‘좋은’ 우리말이 더욱 널리 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한국어가 해외에 전파된 사례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3년 전 국내 재벌 일가의 ‘물컵 사건’ 때 한국어 표현 그대로인 ‘갑질’(gapjil)로 보도하며 이를 세계에 알렸다. 갑질은 “중세시대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로 정의됐다. 영국 BBC는 재작년에 한국어 ‘꼰대’(kkondae)를 ‘오늘의 단어’로 소개했다. “자신은 항상 옳고 남은 틀리다고 주장하는 나이 든 사람”이라고 했다.

급기야 ‘내로남불’(naeronambul)까지 국제 통용어가 될 판이다. 뉴욕타임스가 4·7 재·보궐 선거의 여당 참패 원인으로 이 말을 꼽았다. 내놓고 말하기 창피한 말인데 어느새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이 말이 입에 착 달라붙을 정도로 ‘남 탓’이 이어진 게 낯부끄럽다. 여당은 이제야 “내로남불 수렁에서 빠져나오겠다”고 한다. 제발 그러길 바란다. 이 말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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