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 힘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인사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총선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그동안 개혁을 더 강하게 안했기 때문에 졌다’는 식으로 가면 망하는 길”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정권들도 서울 선거에서 완패하면 무너졌다”며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왜 졌는지 철두철미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개혁을 더 강하게 안 했기 때문에 졌다’는 식으로 가면 망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4·7 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원인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봤다. 그는 “원래 여당의 실패를 먹고 사는 게 야당이다. 여당이 잘하기만 하면 야당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 실질적인 정치 현실이 그렇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잘난 게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5·18 묘지에서 무릎 꿇고 오니 ‘다른 생각이 있어서 그랬다’는 식으로 씹어대더라. 정강·정책 바꾼다고 하니 좌클릭이니, 정체성에 위배된다고 했다. 나보고 ‘민주당 스파이’라는 놈도 있었다. 박근혜·이명박에 대해 사죄한다니까 다선 의원들은 항의하더라”고도 했다.
그는 선거 직전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역시 선거에 미친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LH 사태가 민심을 자극했을지 몰라도, 그 자체가 선거판을 좌우하지 않았다”며 “LH 사태가 없어도 (국민의힘이) 이겼다”고 했다. ‘안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가 효과를 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후보 단일화는 자기(안철수)가 끄집어내서 억지로 한 거지. 그냥 (사퇴하지 말고) 출마하지 그랬나. 그래서 내가 처음부터 3자 대결로 해도 우리가 이긴다고 했다”고 했다.
그는 안 대표가 선거 직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을 “야권의 승리”라고 말한 데 대해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나, 유권자들은 ‘국민의힘 오세훈’을 찍었다”며 “안철수는 지금 국민의힘과 합당해서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이 딱 보이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또 “지금 야권이란 것은 없다. 몇몇 사람이 자기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야권을 부르짖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부를 단속해서 자생력을 갖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안 대표가 향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연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윤석열하고 안철수는 합쳐질 수 없다”며 “아무 관계도 없는데 안철수가 마음대로 남의 이름 가져다가 얘기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킹메이커 귀환설’에 대해서는 “대선에서 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봐야 별로 의미가 없더라. 다 실패한 사람들이 되지 않았나. 또 그런 짓은 안 하려 한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이 상임고문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도 “조언이라는 게 가능할 때 하는 거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 거 안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