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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내전만은 막아야 한다

입력 2021.04.12 03:00

수정 2021.04.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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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7일은 미얀마 국군의날이다. 1945년 3월27일 일본에 맞서 무장항쟁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이 그 무장항쟁의 주축이었다.

국군의날 76주년이던 지난달 27일 미얀마 군의 총구는 외세가 아닌 자국 시민들을 향했다. 군부는 전국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무차별 총격에 어린아이들의 희생도 잇따랐다. SNS상에는 피 흘리는 아이들과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부모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넘쳐났다. 이날 하루에만 114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그야말로 ‘피의 일요일’이었다. 군부는 이날 수도 네피도에서 대규모 국군의날 기념 열병식을 갖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중국, 러시아, 태국, 인도, 베트남,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라오스 등 8개국 대표단은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에 참석해 쿠데타 세력의 집권을 승인했다.

박영환 국제부장

박영환 국제부장

미얀마를 보면 5·18 광주가 떠오른다.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일당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저항을 잔인하게 짓밟았다. SNS에 올라오는 미얀마의 현실은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총칼에 희생된 시민들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미얀마 군부는 이제 전두환 정권처럼 미디어를 장악하고 ‘체육관 선거’를 통해 권력 장악의 정당성을 갖추려 할 것이다. 실제 2014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선배인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쿠데타 후 개헌을 통한 재집권 모델을 따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1일 쿠데타 이후 두 달이 지난 미얀마의 현실은 참담하다. 저항이 계속되자 군경은 유탄발사기와 박격포까지 동원할 정도로 흉포해지고 있다. 무고한 생명들이 처참하게 스러지고 있지만 나라 밖의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군부의 폭력을 규탄하고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미 고립된 현실에 익숙해진 미얀마 군부는 꿈쩍도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비판성명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엔이 헌장 42조에 따라 군사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전무하다. 사태 해결의 키를 쥔 중국은 평화를 말하면서도 쿠데타에 대해선 미얀마의 이해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라며 발을 뺀다.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라며 사실상 군부의 후원자를 자처했다. 이웃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은 내정 불간섭을 명분으로 남의 집 불구경 하듯 느긋하다.

분노한 시민들은 사제 무기로 무장하기 시작했고, 소수민족들도 무장투쟁에 나섰다. 시민들이 진압군을 매복 공격하고 경찰서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민주진영 임시정부 격인 연방의회대표위원회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군부에 맞설 연방군을 창설하겠다고 선언했다. 곳곳에서 내전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유엔 미얀마 특사는 “피바다가 임박했다”고 경고한다.

내전이 시작되면 희생은 급격히 늘어나고 사태 해결은 장기화될 것이다. 미얀마 주변국들은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테러의 공포가 확산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개입하면 대리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미얀마가 10년 넘게 내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중동 국가 시리아처럼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1년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촉발된 시리아 내전으로 지금까지 50만명이 희생되고 1300만명이 난민 신세가 됐다.

내전은 어느 쪽 입장에서도 좋은 선택이 아니다. 정국 안정을 원하는 군부도, 일방적 학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소수민족과 쿠데타 반대 시민들도,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치는 서방 국가들도 피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다. 군부는 잔혹한 진압을 멈춰야 한다. 총을 들 수밖에 없는 궁지로 시민들을 몰아넣어선 안 된다. 국제사회도 중재안 마련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군부를 축출하고 미얀마의 봄을 되돌려줄 수는 없어도 사태가 내전으로 번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유엔은 존재이유를 증명하고, 중국은 스스로의 주장처럼 대국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줄 때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험한 길이 놓여 있다. 끝에 다다를지 장담할 수 없는 길을 가려면 쿠데타 7년여 만에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룬 한국처럼, 언젠가는 다시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남아 있어야 한다. 내전으로 나라가 초토화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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