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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이날']전과7범을 '출판사 대표'로 만든 건…

입력 2021.04.15 00:00

수정 2021.04.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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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김상민 기자

김상민 기자

■1991년 4월15일 전과 7범서 ‘출판사장’으로 대변신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길거리에서 한 꼬마가 서럽게 울고 있습니다. 전쟁고아였던 아이는 사회의 보호나 배려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시대가 삶을 비틀자 아이는 엇나갔습니다. 같은 처지인 전쟁고아들과 패거리를 이뤄 폭력과 범죄를 일삼았죠. 아이는 소년원과 교도소를 드나들며 ‘전과 7범’으로 자랐습니다.

1970년대의 어느 날, 의정부교도소로 이송되던 길에 그는 문득 “인생이 이런 것만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들었습니다. 연필 잡는 법도 서툴러서 심을 부러뜨리고 종이를 찢어댔지만 계속 공부했습니다. 출소 후 그는 한 출판사에 들어가 15년 동안 묵묵히 일한 끝에 사장이 됐습니다.

출판사 돌베개의 임승남 전 대표 이야기입니다. 3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임 전 대표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뒷골목을 누비던 그는 어떻게 출판사 대표가 됐을까요?

1991년 4월15일 경향신문

1991년 4월15일 경향신문

이야기에 앞서 돌베개라는 출판사가 어떤 곳인지 먼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돌베개는 독립운동가이자 반독재 운동가인 장준하 선생의 사상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1979년 창립했습니다. 청년 시절의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창립인입니다. 장준하 선생의 의지를 계승하겠다며 ‘불온 서적’을 찍어내는 돌베개가 엄혹한 군부독재정권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었습니다. 돌베개는 서적 판매 금지와 대표 구속 등 숱한 탄압을 받습니다.

군홧발에 짓밟히면서도 ‘대들기’를 멈추지 않았던 돌베개는 임 전 대표의 파란만장한 삶과 닮아 있었습니다. 거친 삶을 살다가 책 속에서 구원을 찾은 임 전 대표. 그런 그에게 출판은 자신이 느낀 생각과 감정을 사람들과 나누는 “아주 좋은 문화운동”이었다고 합니다. 임 전 대표는 교도소에서 책을 읽던 시절 “속이 끓었다 내렸다 하던 게 가라앉았다”고 말했습니다.

임 전 대표가 나누고 싶은 생각은 다름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임 전 대표는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고아원에서의 체험과 엮어 설명합니다. 고아원 생활을 못 견뎌 도망쳤다가 붙잡혀오면 혹독한 매질이 떨어지곤 했는데, 1960년 4·19 혁명 이후 고아원이 매를 삼가고 부식비도 덜 떼어먹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소외된 곳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한 부분”이라는 게 임 전 대표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고아원과 교도소 친구들을 떠올리며 “모두 착한 사람들인데, 환경이 그들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임승남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임승남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

더불어 사는 삶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면 정권의 박해도 불사했습니다. 고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도 임 전 대표가 사장일 때 펴낸 책입니다. 기사는 이 책의 출판을 두고 “상업성을 염두에 둔 출판이 아니었음은 문외한에게도 짐작되는 것”이라며 “당사자들이 구구한 표현을 하지 않아도 같은 의지의 지표를 바라보는 젊은 지식인으로서 생각의 나눔이 어땠겠는지 짐작된다”고 했습니다. 고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도 돌베개의 스테디셀러입니다.

‘나’만 생각하며 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남을 보는 것, 갑갑한 매일에 질식하지 않고 ‘저 너머’로 시야를 확장하는 것. 책의 힘이란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전과 7범 임승남을 ‘출판사 임 대표’로 만든 것도 그 힘 아니었을까요. “인간의 행복과 불행이 개인의 감상인 줄만 알았는데, (책을 읽으며)더 나아가 사회구조의 개념으로 인간을 이해하게 됐다”는 임 전 대표의 말에서 책의 영향력을 엿봅니다.

오는 4월23일은 책의 날입니다. 이번 주말은 책 한 권과 함께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여러분의 ‘인생 책’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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