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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법인세 개혁안의 속내

이달 초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글로벌 법인세 개혁안을 발표한 후 글로벌 법인세 협정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제안은 2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거대 다국적기업이 사업장이 위치한 국가에 법인세를 내는 것이 아니라 판매가 발생한 국가에 판매액에 비례하여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둘은 협정국들이 최저 법인세율을 정하고 이 세율보다 법인세율을 높게 부과하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일부 보도는 미국이 글로벌 세제마저 자국 중심으로 요리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지만 이는 잘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럽연합(EU)이 주축이 되어 오랫동안 미국 안과 대동소이한 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은 유럽 내부에서도 의견 충돌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 또한 트럼프가 글로벌 법인세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내야 한다는 사실상의 불참 선언을 한 뒤 무산 위기에 있었다. 답답함을 느낀 프랑스와 여러 국가들이 임시방편으로 거대 디지털 다국적기업이 자국에 판매한 금액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하였고, 미국은 관세 보복을 예고함으로써 미국과 유럽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었다. 이제 미국이 입장을 바꾸어 유럽의 요청에 화답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대국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으로 피해를 보게 될 아일랜드까지 나서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그만큼 글로벌 법인세제 개혁이 강력한 명분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40여년간 무역 자유화로 상품과 자본의 국경 간 이동은 자유롭게 됐지만, 노동의 이동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동이 자유로운 자본 앞에서 이동이 제한된 노동의 교섭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많은 선진국에서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한 원인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날개를 단 자본은 생산성에 관계없이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이동했다. 법인세율이 10%대인 아일랜드와 싱가포르, 0%인 버뮤다, 케이맨제도와 같은 국가들이 다국적기업이 애용하는 조세회피처가 되었다. 자본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빠져나가면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들의 세수는 감소한다. 이를 막기 위해 피해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낮추면 우리도 법인세를 낮출 수밖에 없다. 소위 법인세의 ‘밑바닥을 향한 경주’가 시작된다. 분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상대적으로 감소한 노동소득을 보전하려면 자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약화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OECD에 의하면 2000년에 32%였던 선진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최근 23%까지 감소했다.

최근 등장한 디지털 기반의 거대 다국적기업들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들은 실제 자본 이동이 아니라 장부상의 자본 이동을 통해 대규모 절세를 한다. 보유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소유한 자회사를 법인세가 없는 조세회피처에 설립한다. 그리고 본사나 다른 자회사에서 이윤이 발생하면 조세회피처 자회사에 높은 로열티를 지급하게 하여 장부상의 이윤을 소멸시키고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한 연구에 의하면 다국적기업들은 이윤의 40%를 조세회피처로 이전했다. 법인세 협정이 성사되면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이 서버는 조세회피처에 두고 디지털 서비스를 원격으로 다른 국가에 판매함으로써 법인세를 회피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을 세밀히 관찰하고 여기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충돌하는 여러 개혁안이 우리의 기업과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신속하게 분석하고, 최종안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있어야 할 증세 논의에서 법인세의 역할을 재조명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법인세 협정이 결실을 맺게 되면 법인세 인상이 세계 추세에 역행한다거나 대기업을 외국으로 쫓아낼 것이라는 염려는 덜 해도 된다.

또 하나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은 미국의 무역정책에 미치는 영향이다. 미국의 입장 변화는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려는 바이든 정부가 자본 도피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역정책에 있어서는 천천히 움직이겠다고 하던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도 안 돼 유럽과의 화해 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을 갈등관계에 몰아넣었던 세 가지 무역 이슈(WTO 사무총장 임명, 보잉과 에어버스 보조금 분쟁, 디지털세 분쟁)가 모두 해결되고 있다. 유럽과의 연대 강화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하여 글로벌한 중국 견제 장치를 구축하려는 바이든 대중국 전략의 포석일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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