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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에는 마스크를 벗기 위하여

입력 2021.04.26 03:00

수정 2021.04.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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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골프 스타 박세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어려움 없이 잘 이겨내기를 기원한다. 예능방송 <노는 언니>를 너무 재밌게 잘 보고 있었다. 인기가 많아지니까 출연하는 횟수도 많아지고, 활동량이 늘어나면 노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맛있는 녀석들>의 출연자는 네 명이다. 포맷상 네 명이 식사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바짝 붙어 있을 수밖에 없고, 끊임없이 멘트를 날려야 한다. 이제 언제 어디서 누가 확진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아슬아슬, 매일 계속되는 프로야구나 드라마 등 팬데믹 상황에서 너무 많은 일상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진행되고 있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방송가나 스포츠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도 불안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야 모두 당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고, 후보들의 치열한 선거전에 마냥 움츠리기도 어렵다. 일정대로 진행하면 여름부터는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엄청난 대회전이 기다린다. 이 모든 것을 비대면으로, 줌으로 진행하라고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빡빡하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11월이 우리가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시점이다. 그때까지는 매우 어려운 시간들을 버텨낼 수밖에 없다. 작년의 자료들과 논의들을 참고하면, 올해도 위기의 순간은 하늘의 시간에 달려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봄이 되면 사람들의 활동량이 많아지고, 장마철에 실내 생활이 늘어나면 확진자가 늘어날 것이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여름휴가철이 되면 다시 위기가 올 것이고, 추석에 또 한 번 전국적인 위기를 겪을 것이다.

작년에 그랬듯 여름휴가철, 추석 등
올해도 코로나 위기가 우려된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내가 옳았다” 버틸 게 아니라
2차, 3차 대안까지 준비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 백신을 활동력이 높은 청년 노동자들부터 우선 접종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백신이 부족할 때, 전파력 자체를 우선 잡기 위해 그것도 한 가지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노령층부터 먼저 접종을 해서 사망률과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부담을 더는 방식을 선택했다. 확산 속도는 좀 천천히 잡더라도, 사망률을 낮추어 확산 저지 효과가 백신 접종 후반기에 집중되도록 전략이 설계되어 있다. 이 경우에는 우선순위의 접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청년들 접종이 시작되는 후반기가 되어야 본격적인 백신 효과가 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왜 11월인가? 바이러스 활동 조건이 좋아지는 겨울을 맞기 전에 집단면역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가 설정되었을 것이다. 올겨울에도 마스크를 쓰게 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는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욱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서 인도의 방역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과 같은 돌발 상황을 배제할 수는 없다.

11월에 집단면역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발생하게 되는 사회적 혼돈은 상상초월일 것이다. 유럽의 많은 선진국들이 그 시점에는 이미 집단면역에 도달했을 것이고, 중국 등의 주도로 백신 여권이 현실화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모두가 힘들 때에는 그래도 버틸 수 있지만, 우리만 힘들다고 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극한에 달할 것이다. 집권여당의 부담은 더할 것이다. 내년 봄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한다면 다음 대선은 하나마나 아니겠는가?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하게 움직여야 한다. 백신 접종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 그리고 필요하면 방역 단계를 선제적으로 높여서라도 대유행을 막아내는 것, 이 두 가지가 할 수 있는 것의 모든 것이다. 나는 학자로서 기모란 교수의 분석을 신뢰하고 존중한다. 그렇지만 현시점에서 백신에 대한 정책적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청와대가 연구기관이라면 그를 믿고 계속 가는 게 맞겠지만, 정치와 정책이 만나는 곳이 바로 청와대다. 기모란 방역기획관 사퇴는 여론상 불가피하다고 본다.

국민 경제를 위해서 지금은 중국산과 러시아산 백신에 대해서도 희망자에 한해 우선 접종할 수 있도록 하는 예비 전략도 수립할 때라고 본다. 국가 백신 전략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러시아산 백신 등의 경우는 자기 책임과 필요하다면 자비 접종도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다. 본인이 책임지고 본인 비용으로 맞는다는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11월 집단면역 달성에 현재 기술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 아니겠는가? 그렇게 해서 집단면역이 조기 달성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청와대가 ‘무오류의 원칙’처럼 이미 결정한 것들을 그냥 고수해서 정말로 이번 겨울에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으면 사태는 매우 심각해진다. 정권이 넘어가는 정치적 차원의 일만이 아니라, 팬데믹 초기에 가졌던 경제적 효과도 결국에는 무너지게 된다.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의 줄타기, 그게 지금 정부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팬데믹 앞에서 조금 더 현실주의적인 선택을 해도 지금 뭐라고 할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은 “내가 옳았다”, 버틸 때가 아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2차 대안, 3차 대안, 그런 것을 진행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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