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한인·흑인 두 가정으로 본 인종갈등](https://img.khan.co.kr/news/2021/04/30/l_2021050101000009100299051.jpg)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이나경 옮김
황금가지 | 404쪽 | 1만3800원
엄마가 총에 맞았다. 그녀 이름은 이본 박. 그런데 이상하다. 뉴스에 ‘한정자’라는 이름이 등장하고, 28년 전 흑인소녀 에이바를 죽인 살인범이란다. 부모님은 그때 한인마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1992년 LA 폭동의 단초가 된 라타샤 할린스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가상의 인물들로 ‘죄와 벌’을 그렸다. 한정자의 딸인 그레이스와 에이바의 동생인 숀은 의도치 않게 서로의 삶에 엮인다.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일까. 뻔히 보이는 답은 답이 아니다.
1991년 미국의 한 도시. 숀은 누나와 우유 심부름을 나섰다. 마트에 들어섰는데 주인 여자의 시선이 심상찮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이바는 우유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며 가장 신선한 것으로 골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계산대로 가는가 싶었는데 여자가 누나의 멱살을 잡았다. 평소 한 주먹 하던 누나는 바로 상대를 가격했다. 그리고 쓰러진 건 에이바. 돌아서는 누나를 한정자가 총으로 쏜 것이었다. 선 채로 굳어버린 숀의 신발에 우유와 핏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한정자는 임신 중이었고 흑인이 두려웠으며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백인 판사는 과실치사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019년 미국의 다른 도시. 그레이스의 집은 평범한 이민가정이다. 언니를 뺀 가족들은 우리약국에서 일한다. 그 평범은 엄마가 총에 맞던 날 산산이 부서졌다. 그레이스는 엄마와 언니가 불화한 이유를 알게 됐다. 언니는 한정자와 이본 박 사이, 그 어디쯤에 엄마를 뒀던 것이다. 그럼 엄마를 쏜 건 누구일까. 소설은 여기서 다시 퍼즐을 시작한다.
차별과 혐오를 곱씹게 하지만 소설을 관통하는 또 다른 질문. 죄를 지은 사람이 가족일 때, 나의 행복은 어디까지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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