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코로나 적자에도 줄지 않는 경영진 연봉, 견제 장치 있어야](https://img.khan.co.kr/news/2021/05/02/l_2021050301000022800009781.jpg)
코로나19가 우리 삶의 모습을 얼마나 많이 바꿔 놓았는지는 기업들의 2020년 손익계산서만 봐도 한눈에 알 수가 있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크게 수혜를 본 기업들은 역시 진단키트와 마스크 생산 업체였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사인 씨젠의 매출액은 1000억원대에서 단숨에 1조원 이상으로 급증했고 영업이익도 30배 이상 늘어난 6000억원대를 달성했다. 마스크를 생산하는 씨엔투스성진이란 기업도 80억원대였던 보건용 마스크 매출액이 1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택배, 음식 및 신선식품 배달 관련 기업들도 수혜를 봤다. 쿠팡과 우아한형제들, 컬리 모두 2019년 대비 매출액이 2배 내외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오토바이 전문생산업체인 디앤에이모터스와 탑차를 주로 생산하는 오텍의 관련 매출액이 각각 20%, 30%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의 매출액이 갑자기 확 줄어든 건 아니다. 이마트와 다이소의 경우 오히려 2019년보다 매출액이 각각 15%, 8% 이상 늘어났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자재와 생활용품의 수요가 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학습이 장기화되니 가구 수요도 늘었다. 일룸과 현대리바트는 2019년 대비 매출액이 각각 30%, 12% 증가했다.
해외여행이 거의 끊기다시피 해서 그런지 국내 레저산업은 기회를 맞은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단위 리조트 여행은 줄었고 골프산업만 호황이었다. 에버랜드를 보유한 삼성물산의 리조트사업부와 롯데월드를 보유한 호텔롯데의 월드사업부는 1년 만에 매출액이 각각 40%, 60% 감소했다. 제주도에 있는 유명 식물원, 테마파크, 박물관 등도 매출액이 50% 이상 줄었다. 반면 수도권 최대 골프장인 스카이72는 2019년 대비 매출액이 13%, 영업이익이 59%나 증가했고 제주도를 포함한 지방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매출 증가세를 나타냈다.
예상대로 항공사, 여행사,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실적은 숫자를 언급하기조차 두려울 정도로 크게 악화되었다. 매출액 감소도 문제지만 인력 감축에 따라 인건비가 줄어들었다는 점이 더 가슴 아프다. 위기상황으로 인해 긴축경영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경비는 최대한 줄어들었고 예년 같은 상여금은 기대조차 힘들다. 주주들 역시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이나 무배당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기업의 리더인 경영진은 솔선수범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물론이고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극복해낼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코로나19로 수천억원대의 적자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임원들이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았고 오히려 연봉을 예년보다 더 올렸음을 공시했다. 직원 급여와 복리후생비가 큰 폭으로 감소했음에도 말이다. 특히 재정이 좋지 않아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들로부터 수조원대의 자본을 조달받았으면 더욱 아껴쓰고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주주나 종업원 모두 배신감이 클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금과 운용사를 포함한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에 대한 형식적인 승인만 하지 말고 예산과 결산 근거를 통해 금액을 책정하거나 최대주주 의결권을 일부 제한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기업은 경영진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