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의 산책
마리 미르겐 글·그림 | 나선희 옮김
책빛 | 64쪽 | 1만5000원
“가자, 키키!” 쥘리앵이 반려견 키키의 목줄을 잡고 산책에 나선다. 개와 주인의 일상적인 산책이 시작되려나 싶을 때, 독수리의 발톱이 키키를 낚아챈다. 키키는 사라지고 키키가 있던 자리는 독수리가 차지한다. 독수리는 쥘리앵을 졸졸 따라간다. 그러다 호랑이가 나타나 독수리의 자리를 꿰차고, 다음은 박쥐, 그다음은 여우, 문어, 고릴라, 거미, 파리, 뱀이 키키의 목줄을 매고 쥘리앵의 뒤를 따라 걷는다. 동물이 바뀔 때마다 배경도 숲, 동굴, 초원, 바다, 절벽, 계단 등으로 바뀐다. 이 ‘느닷없는’ 사건을 눈치채지 못한 채 쥘리앵은 앞만 보고 걷는다. 공포영화를 볼 때 주인공에게 ‘거긴 들어가면 안 돼!’라고 외치게 되듯이, ‘쥘리앵, 뒤를 돌아봐!’라고 말하게 되는 긴장감이 감돈다. 다행히 키키는 돌아오고, 쥘리앵과의 산책은 ‘평화롭게’ 끝난다.
궁금해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키키는 어딜 다녀온 거지? 1. 키키는 사실 변신 천재 마법사다. 2. 동물들은 쥘리앵과의 산책이 부러웠던 키키의 친구들이다. 3. 쥘리앵이 “가자, 키키!”라고 불렀기에, 이 동물들은 모두 이름이 키키다…. 줄거리의 과감한 ‘생략’과 역동적인 그림의 ‘생기’ 사이에서 독자는 ‘즐거운 추측’을 하게 된다.
앞만 보고 가는 어른들은 절대 알 수 없는 ‘등 뒤의 세계’.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은 곳에서는 경이롭고 환상적인 모험이 펼쳐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뒤’를 조심하라는 어른들에게 ‘뒤’는 상상하는 것이라고, 키키는 말하는 것 같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아동도서 부문 최고 권위상인 볼로냐 라가치상의 오페라 프리마(신인상) 부문 2020년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