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10명 중 8명, 대유행 이후 애인 만들 기회조차 못 가져
결혼 의사·희망 자녀 수도 줄어…전문가들 “대응책 고민을”
직장인 A씨(29)는 연애를 안 한 지 1년이 넘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밖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소개팅 제의가 몇 번 들어왔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 A씨는 “당분간 연애도 결혼도 생각이 없다”고 했다.
결혼 5년차인 B씨(45)는 올해로 예정했던 임신·출산 계획을 미뤘다. 난임이라 시험관 시술을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병원에 가는 것조차 꺼려지기 때문이다. B씨는 “시험관으로라도 자녀를 2명은 낳고 싶었는데 나이가 있어 1명이나 낳을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이 향후 한국 인구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사람 간 만남이 줄고, 혼인율과 출산율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인구학회는 13일 ‘코로나19 시기 인구 변동과 정책적 함의’를 주제로 개최한 제24회 인구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미혼남녀 10명 중 8명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새롭게 연인을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KDI국제정책대학원 최슬기 교수팀이 25~49세 미혼남녀 6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78.1%가 지난해 2월 이후 1년 동안 새로운 이성을 만나거나 소개받은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32%가량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소개받은 빈도가 ‘매우 줄었다’고 답했다. 거리 두기에 따라 모임 횟수가 줄고 대부분 비대면으로 대체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소극적으로 변했다. 최 교수팀의 설문조사 결과, 연애 중인 남녀 306명 중 28.4%가 ‘결혼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4.1%는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결혼 의사가 줄었다’고 답했다. 결혼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153명 중 27.5%도 ‘코로나19 때문에 결혼을 미룰 생각이다’라고 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로 당장 소득이 감소하고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성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출산 계획도 이전보다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기혼 응답자까지 포함한 전체 조사대상 1945명에게 희망 자녀 수를 질문했더니 10%가량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우 줄었다’고 답했다. ‘약간 늘었다’와 ‘매우 늘었다’고 답한 비율을 모두 합해도 2%가 되지 않았다. 조사를 함께 진행한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서 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우려 등이 출산을 꺼리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혼인 건수는 1만4973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6%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는 2만1461명으로 5.7% 줄었다. 최 교수는 “이런 현상이 단기적으로 발생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2년차에 접어드는 현재 상황에서는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