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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문제는 비혼공동체의 문제

입력 2021.05.20 03:00

수정 2021.05.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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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 집을 나오기로 결심하고 밤거리를 헤맨 적이 있다. 모르는 ‘언니’네 집에 가면 하루는 재워준다고 했는데, 선뜻 가긴 어려웠다. 반 친구가 집을 나와 우리 집에 온 일도 있다. 갈 데 없어 난감하던 기억 때문에 오라고는 했는데, 집답지 않은 우리 집이 면구스러웠다. 좁은 방에 자려고 누워 ‘가족 욕은 금기’라고 서로 생각하는 게 분명한 상태로 머뭇거리며 가족 문제를 얘기했다.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집 문제를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 청소년을 도우려 한 적도 있다. 주거복지센터를 통해 같이 임대주택을 찾아봤지만 열일곱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보다 능력 있을 ‘어른’을 찾아가 사적인 도움을 청해보기도 했는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우리는 점점 난감한 관계가 됐다. 서서히 연락이 끊겼다.

세상에는 가족 외의 수많은 관계가 있다. 그중 많은 관계는 ‘법적 가족’만큼 결속력을 갖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다. 하지만 그런 이별들이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사는 데 필요한 도움이 오로지 사적 관계망만을 통해 돌고 돌면 관계가 쉽게 망가지는데, 강력한 부채의식과 법적 강제로 엮여 차마 잘 헤어질 수도 없는 것이 전통적 가족이고, 각종 폭력과 착취 형태로 드러나는 게 가족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안 가족’으로 가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은 혼자 살기 힘든 나라라는 여러 지표가 있다. 세계 최저 출생률만 문제가 아니라, 자살률도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인문경제사회연구원의 2020년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 빈곤율은 51.3%로 2인 이상 가구 빈곤율의 2배에 달한다. 대체로 위기의 순간에 도움을 청할 데가 없고, 가족 관계망 밖에서 빈곤을 벗어날 방법이 없고, 돌보는 삶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회다.

그런데도 내가 비혼지향생활공동체로 계속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 된 것은, ‘대안 가족’이 보험금도 대신 내주고 부양과 돌봄도 척척 해낼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가족’의 테두리에 포함되지 않아 배척당한 경험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위기의 순간을 사회 시스템에 연결돼 넘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 구성원이 경제적 위기에 빠졌을 때 무엇을 문제로 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는 롤링주빌리 운동의 결과물로 나온 제윤경 전 의원의 저서들이 도움이 됐다. 임금 미지급 문제로 고민할 때 청년유니온의 노동상담에 연결됐다. 임대주택 보증금이 없어 이사를 포기하려 할 때 사회연대은행의 무이자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만났다. 어머니가 쓰러졌을 때 믿고 연락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있었기에 차근차근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나의 공동체와 관계망은 이런 정보들이 유통되는 곳이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내 상상력은 꽤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해 있다. 생활동반자법 등 결합 방식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개개인을 받쳐주는 공적이고 사회적인 시스템을 더 튼튼하고 촘촘하게 만든다면 혼인·혈연에 구애받지 않는 많은 관계들이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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