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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11일 전쟁’이 남긴 것

입력 2021.05.24 03:00

수정 2021.05.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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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의 전쟁이 11일 만에 휴전으로 일단락됐다. 양측은 지난 21일 오전 2시를 기해 휴전에 들어갔다. 이집트의 중재를 양측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상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지구에 대한 일방적인 폭격을 멈춰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해결된 것 하나 없이 다시 과거 상태로 돌아갔다. ‘11일 전쟁’이 남긴 교훈을 짚어본다.

박영환 국제부장

박영환 국제부장

우선 국제사회의 갈등에 대한 강대국의 관여 특히 미국의 인도주의적 관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식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고립주의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어제의 도전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세계에 관여할 것이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탄압에 목소리를 높였다. 국무부는 종교자유 보고서를 내고 중국과 북한을 최악의 종교자유 침해국이라고 비난하는 일도 빼먹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는 하지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도를 당사자 간 합의가 우선이라며 네 번이나 막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위권을 강조하며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결국 이스라엘이 물러서며 휴전했지만 그사이 팔레스타인인 248명이 숨졌고 가자지구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는 아직도 시신들이 묻혀 있다. 어린아이 66명도 이유를 모른 채 희생됐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앞세운 미국의 관여는 자국의 이해에 따라 언제든 선택적으로 지연되고 제한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내정간섭이라며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학살 규탄 안보리 성명을 막아온 중국의 행태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주의라고 낙인찍을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 유대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저지른 인종 대학살 홀로코스트의 최대 피해자다. 유럽 국가들이 반유대주의라는 단어 자체를 두려워하는 이유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자 프랑스, 영국 등은 반유대주의 확산을 우려해 시위를 원천 차단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비난하는 것까지 반유대주의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두 국가 해법’을 무시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려는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 정책은 이번 전쟁의 근본 원인이다. 248 대 12라는 희생자 수에서 보듯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비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확립했다.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습은 ‘자위권’ 차원을 넘어섰다.

미국의 유대계 정치학자 노먼 핑켈스타인의 과거 강연 영상이 최근 SNS에서 다시 화제가 된 것은 이 때문이다. 한 학생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나치의 만행에 빗대는 것은 반유대주의 혐오발언이라며 “모욕감을 느낀다”고 울면서 항의하자, 그는 “위선적인 악어의 눈물을 멈추라”고 오히려 나무란다. 그는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자신의 아버지 같은 유대인 선조들의 고통을 이용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자행하는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려는 행태에 대해 “역겹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국내 정치가 대외정책을 흔들 때 생기는 비극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와 하마스는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전쟁으로 이를 극복해왔다. ‘적대적 공생’ 공식은 이번에도 통했다. 총선에서 패하고 연립정부 구성도 실패한 네타냐후는 이번 전쟁으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반네타냐후 연립정부 구성 논의는 중단됐고, 아랍계를 포함하는 화합형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은 사라졌다.

하마스 역시 경쟁 정파인 파타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누를 수 있는 정치적 선명성을 얻었다. 양측 정치세력의 이해에 희생되는 건 가자지구의 민간인들뿐이다. 남측의 냉전세력과 북측의 교조적 독재정권이 서로를 악마화하며 지배력을 강화해온 적대적 공생을 경험한 한국인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결국 적대적 공생의 고리를 끊어내고 평화 공존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언제든 재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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