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4월8일 <형법각론>을 손에 들고 과천정부청사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지만 검찰과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은 더 확대되고 있다. 모호한 규정을 두고 수사기관 간 평행선 논쟁을 벌이거나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맡기는 모습이 공수처 출범 후 4개월동안 반복됐다. 부실한 입법으로 벌어진 문제인 만큼 입법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헌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기소된 이모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가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전원재판부 회부 여부를 조만간 결정한다.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검찰이 수사 후 사건을 다시 공수처에 넘겨달라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 요구를 검찰이 무시해 이 검사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법에 근거 규정이 없는 요구를 따를 이유가 없다며 이 검사를 자신들이 기소했다.
헌재는 지난 18일까지 이 사건의 본안 심사 여부를 결정해야 했으나, 사전심사 기간을 연장했다. 이 검사가 헌법소원을 청구했을 때 헌재가 본안 심리 전 사건을 각하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조직 간 권한을 다투는 문제라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였다. 헌재가 사전심사 기간을 연장한 것은 두 기관 간 평행선 갈등을 헌재가 정리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헌재가 공수처에 유리한 결론을 내더라도 논쟁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헌재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등이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공수처법이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 문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 수사과정에서 다시 불거졌다.
공수처가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하자 검찰 출신 이완규 변호사가 “공수처 검사는 이 사건에서 헌법에 의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권한이 없으므로 그 영장은 위법하고 압수수색 역시 위법하다”고 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헌법에는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은 검사가 신청해 법원이 발부하도록 돼 있는데, ‘공수처 검사’가 헌법상 검사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취지다. 기소권 없는 대상을 수사할 때 공수처 검사는 사법경찰관과 지위가 같으므로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검찰 등의 주장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 특별검사와 마찬가지로 공수처 검사도 검찰청 소속 검사와 동일하게 봐야 한다”며 “공수처의 통제는 법원에 맡기면 되는데 검찰이 공수처 설립 취지를 존중하지 않고 소모적 논쟁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반면 정웅석 서경대 교수는 “경찰이나 국정원 내에도 헌법상 검사의 의미를 넓게 해석해 직접 영장을 청구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다른 수사기관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제대로 학계 의견을 경청하고 보완 입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사건이첩 등 수사 실무를 논의하기 위한 공수처와 검찰, 경찰 간 3자 협의체를 국정원과 군검찰이 포함된 5자협의체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논의 테이블을 넓혀 신생 조직인 공수처의 불리함을 극복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기관 간 논의만으로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공수처와 검찰은 이밖에도 사건 이첩 시점 등을 두고도 논쟁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웅석 교수는 “공수처의 수사 실무를 둘러싼 논쟁은 해석의 한계를 넘어섰다. 수사기관을 여럿 만들고 대상별로 권한을 쪼갰을 때부터 예고된 결과”라며 “판단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 입법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