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현상’을 대하는 여당의 자세 “2030 표심 위기…자극받아야” vs “경륜 없다…대선관리 못할 것”

김상범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준석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전 최고위원이 선전하면서 기성 정치권에 몰고 온 ‘돌풍’을 여당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상당 부분 떠나간 ‘2030 민심’을 이 전 최고위원을 촉매제 삼아 야권이 흡수할 것이라는 위기의식과 함께 ‘386 꼰대 정당’ 이미지를 어떻게 벗어던질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나온다. 더 나아가 ‘젊은 원외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울 정도로 유연해진 야당의 모습과 이에 대비되는 거대 여당의 경직성·진부함 등에 대한 성찰도 제기된다. 반면 아직까지 이준석 현상을 과대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준석 현상’에 대한 여권 내 주된 반응은 우선 ‘청년 민심’에 대한 걱정이다. 민주당에서 떠나간 2030 민심이 급격히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우려다. 만 39세인 김남국 의원은 25일 YTN 라디오에서 “2030세대가 정치적·정책적으로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게 많았는데, 사실은 청년을 위하는 척만 하고 제대로 정책이 많이 부재했다. 그러한 민심을 받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 이 전 최고위원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민주당도 굉장히 긴장하면서 지켜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청년 몫)도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 주위 2030은 모두 등을 돌렸다‘‘젊은 층이 민주당 지지층이라는 거 더는 믿지 마시라’ 이런 메시지를 청년들로부터 받았다”라면서 “(국민의힘은) 당 대표 선거에 젊은 3040세대가 도전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국민들에게는 변화의 노력으로 보이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이동학 최고위원의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SNS에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2030세대의 심판을 받았다. 그들과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최고위원이 필요했다”라면서 “꼰대정당을 벗어나는 방법은 공허한 주장보다 구체적인 현안을 밀고 나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젠더 논쟁도 중요하지만 우리 청년세대에게 절실한 것은 미래의 대안일 것”이라고 썼다. 송 대표 글에도 ‘이준석 현상’으로 대표되는 ‘청년을 향한 정치’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이동학 최고위원 지명을 축하해주고 이동학 최고위원이 이준석 대표 당선을 지지하는 글을 나누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꿈꾸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젊은 원외 정치인을 전면에 세울 정도로 변화한 야당의 모습에서 민주당이 자극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제 1야당에서 나타나는 쇄신에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조직이 커진 만큼 진부하고 고루한 기존 프레임에 갇히기 쉽다. ‘민주화’ ‘개혁’ 등의 상투적인 언어만 되풀이되고 있다”라며 “이준석 현상에서 엿보이는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진입하는 역동성, 새로운 발상과 아이디어 등은 민주당에게도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김한규 민주당 법률대변인도 전날 SNS에 “설사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지 않더라도 이미 상당한 충격을 줬다”라며 “보수정당은 가치보다는 현실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하면 원외 청년 정치인을 당대표로 선출할 정도로 유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썼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의 선전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금 당장은 ‘반짝 효과’를 보고 있지만, 실제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원내 경험이 적은 이 전 최고위원이 ‘대선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TBS 라디오에서 “대선 관리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경륜없이 할 수 있겠는가. 거기다 우리나라의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 문화도 있다”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정치는 결국 ‘갈등 조정’인데, 개인플레이 위주로 펼쳐 온 이 전 최고위원이 ‘세트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도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당대표가 되는 게 우리로서는 나쁠 것 하나도 없다. 국민의힘은 극단적인 원심력이 작동해서, 더군다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인해 사실 불안한 상태인데 이준석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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