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줄 모르고’ 성범죄에 빠진 청소년들

김향미 기자

서울시, 전국 첫 디지털성폭력 가해자 상담 사례 분석

‘범죄인 줄 모르고’ 성범죄에 빠진 청소년들

사진합성·불법촬영 등 가담
10명 중 9명, 범죄 인식 없어
재범 경험도 4명 중 1명꼴
시, 시민감시단 1000명 모집

열세 살인 A군은 반에서 좋아하는 여학생이 자신을 거부하자 여학생의 얼굴에 나체사진을 합성해 단체대화방에 유포했다. A군은 온라인에서는 ‘사진합성’이 흔한 일이라 장난삼아 한번 따라해봤다고 했다. B군(15)은 초등학생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연히 화장실 불법촬영물을 보게 됐고, 호기심에 영상을 계속 보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직접 불법촬영을 시도했다.

디지털성범죄 가해 아동·청소년 10명 중 9명은 ‘범죄’라는 인식 없이 디지털성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디지털성범죄는 아동·청소년이 주로 사용하는 SNS, 게임, 메신저 등을 통해서 일상적으로 발생했다.

서울시는 2019년 9월부터 전국 최초로 진행한 디지털성폭력 가해자 상담사업의 아동·청소년 상담 사례를 분석해 26일 발표했다. 상담 결과를 보면 91명 중 남성이 96%(87명), 여성은 4%(4명)로, 중학생(14~16세)이 전체의 63%(55명)를 차지했다. 4명 중 1명은 ‘재범’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성범죄 가해 동기는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함’(21%·중복 답변), ‘호기심’(19%), ‘재미나 장난’(19%), ‘충동적으로’(16%), ‘남들도 하니까 따라해보고 싶어서’(10%), ‘음란성 문자를 함께 공유’(5%), ‘연애하고 싶어서’(5%), ‘합의된 것이라고 생각해서’(4%)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본인의 행동에 대해 성폭력 가해 행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해 상담 진행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고, 또 디지털 미디어상 주로 나타나는 혐오성 언어와 여성 대상화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스며든 잘못된 성인식들로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해 행위 유형별로는 불법촬영물 게시나 공유 등 ‘통신매체 이용’이 43%를 차지했고 불법촬영 등 ‘카메라 등 이용촬영’이 19%였다. 이어 ‘불법촬영물 소지’(11%), ‘불법촬영물 제작·배포’(6%) 순이다. 아동·청소년들 사이에서 디지털성범죄는 SNS(41%), 웹사이트(19%), 메신저(16%)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발생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서울시는 아동·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상에서 디지털성범죄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착안해 웹사이트 등을 모니터링하는 ‘디지털성범죄 시민감시단’ 1000명을 모집하기로 했다.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27일부터 7월5일까지 서울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김기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직무대리는 “아동·청소년들에게 디지털성범죄는 ‘범죄’가 아니라 일상적인 ‘놀이문화’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인터넷 이용 시간이 늘어난 아동·청소년의 피해, 가해가 증가하는 만큼, 예방에서부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까지 통합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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