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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가 허락한 시민운동?

입력 2021.05.29 03:00

지난 5월12일 국무총리실 주재로 “시민사회 활성화” 토론회가 열렸다. 경악했다. 시민사회가 그럼 지금까지 “비활성화” 상태였나? 그리고 이를 활성화하는 게 행정부의 실제 수장이라 할 국무총리가 맡을 일인가?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내용을 보았다. 코로나19 등의 위기 상황에서 공익을 추구함에 시민사회의 적극적 노력이 절실해진 상황이니 국가가 나서서 시민사회를 더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조직적,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이러한 지원을 아예 법제화하기 위해 ‘시민사회 3법’(시민사회활성화기본법, 민주시민교육지원법, 기부금품법)을 일괄 통과시켜 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시민사회는 정의하기 극히 애매한 개념이다. 하지만 모두가 합의하는 한 지점이 있다면 정부 및 공공부문 그리고 기업 및 영리 부문과 독립된 “제3지대”로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조직으로 구성되는 자생적 영역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영역은 사회 전체의 보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부분이며, 집단적 이익 혹은 반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 및 개인들은 당연히 배제된다. 어쨌든 이 부문의 생명과 본질은 시민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그에 기반한 자발적 연대와 조직과 활동이다. 그런데 이를 국가가 나서서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그를 위해 조직적,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한다면, 이는 사실상 “위장된 공공부문”으로 만들겠다는 말이 아닌가?

시민사회의 활동에 국가가 적극 협력·지원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절실한 일이다. 단, 그것은 각자가 추구하는 사업의 내용과 결과가 구체적으로 정의된 공익에서 만날 때에만 허용되는 일이다. 이 두 부문은 각자의 작동 및 운영 원리가 있다. 국가는 세금과 의회와 관료제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집권세력의 정치적 논리까지 더하여 굴러갈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시민사회는 생활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실하고 절실한 정신적·물질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그들 스스로가 아래로부터 자발적 활동으로 만들어나가는 부문이다.

만날 지점에서 서로가 서로를 돕는 것은 마치 악어와 악어새가 공생하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악어는 늪지 생물이며 악어새는 조류이다. 뜨듯한 늪지와 파란 하늘을 본연의 터전으로 삼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자기 이익에 맞다고 해서 악어가 악어새를 혹은 악어새가 악어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은 하늘에 새장을 또 늪지에 양식장을 차리겠다는 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고 본다. 이미 지난 5월4일 대통령령으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이 발효됐다. 3조엔 “3년마다 시민사회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그 계획엔 기본 목표, 추진 방식, 관련 행정기관의 협력, 협력 체계와 연결망, 전문가 양성, 시민 교육, 지원할 재원의 규모와 조달 방안 등이 포함된다. 4조엔 이것이 중앙정부 뿐아니라 각급 지자체의 역할로도 규정되고 있다. “활성화와 증진”을 위한 “시민사회위원회”도 있다. 7조를 보면 그 구성은 기재부를 위시한 다른 중앙정부 부서 장관, 단체 및 학계 관련 인사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9조엔 이 위원들의 임면권은 “그밖의 사유”로 국무총리가 쥐도록 돼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명약관화하다. 3년 단위로 “윗선”에서 만들어진 계획에 따라 한 푼이라도 받기 위해 온갖 시민사회단체에서 문서 작성에 줄서기가 벌어질 것이다. 그 윗선에 자리를 차지한 인사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시민사회에 대해 엄청난 영향력을 쥘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의 시간 지평은 3년 단위로 좁아들게 될 것이다.

이를 기우라고 말하지 마라.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활동한 이력을 통해 청와대, 국회, 정당, 각급 지자체 등으로 눈 하나 깜빡 않고 변신한 인사들이 차고 넘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시민사회는 무엇보다도 자발성과 진실함을 생명으로 구성되는 영역이다. 시민단체들에서 그나마 있던 후원회원이 떨어져 나가고 추가적 회원 모집이 힘든 이유는 바로 이런 얌통머리 없는 인사들 때문이다. 시민사회에 잘 몸담으면 중국 대사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비서관으로, 국회의원으로 ‘영전’할 수 있다는 비루한 현실이야말로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최악의 문제이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시민사회 3법”, 절대 반대다. 지금 명맥이 위태로워진 시민사회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는 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에서 십 몇 년을 몸담은 나도 듣도 보도 못한 과정으로 이런 법이 통과된다면, 나는 그 즉시 철폐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그것이 시민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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