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57)가 속 타는 ‘출정 전야’를 보내고 있다. 이 지사는 원내 조직인 성공포럼을 띄운 데 이어 6월15일 민주평화포럼 서울 출범식을 계기로 조직화 기반을 구축했다. ‘기본’과 ‘공정’을 뼈대로 한 정책도 공론화 단계를 넘어섰다. 대선 예비후보 등록일인 7월에 맞춰 속도를 내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정치 환경이 갈 길 바쁜 이 지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안으론 반(비)이재명 후보들의 협공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매섭게 옥죈다. 밖을 돌아 보면 이준석 돌풍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판이 기다리고 있다. 한 최측근은 31일 “담담하게 준비할 뿐이다. 통과의례 아니겠나. 다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생각한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의 시간>은 공정, 검찰개혁, 문재인 정부 평가, 강성 지지층과 연동된 사안이다. 한 마디로 내부 전투의 인계철선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며 애틋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출마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의 시간>은 우리의 이정표”라고 추켜 세웠다. 이 지사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측근 의원은 “입장 표명 자체가 득 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더 깊이 들어 가면 “대선에서 지면 진실 규명도 물 건너 가는 건데…”라는 좀더 솔직한 반응도 있다. <조국의 시간>은 이 지사를 비롯한 여당엔 악재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불공정 프레임을 다시 덧나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다. 특히 ‘조국 프레임’과 연동된 검찰 개혁 이슈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불러 온 쟁점이다. 또, <조국의 시간>은 필연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 권력에 대해 계승과 차별화 중 분명한 포지셔닝을 요구한다. 야당은 이를 도화선 삼아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을 게 분명하다. ‘미래의 시간’을 만들어야 할 때 ‘현재의 시간’에 갇혀 있게 된다. 한편으론 경선 파고를 넘기려면 핵심 지지층 눈치도 봐야 한다. 가족의 피를 찍어 썼다는 조 전 장관의 절규를 마냥 외면하기도 어렵다. 이 지사에게 <조국의 시간>은 ‘옹호하자니 비주류 선두주자가 타협하는 모습으로 비쳐 중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고, 외면하자니 지지층 이탈을 감수해야’ 하는 난제 중의 난제다.
‘이준석 돌풍’도 지켜보고 있다. 이준석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 만들고 있는 변화는 기존 정치 질서 전복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기득권 정치에 균열을 일으키는 일종의 언더독 현상이라고 봤을 때 이 지사로선 불리하진 않다. 이 지사는 여당 내에서 ‘언더독’ 스타일 대선 주자로 평가 받는다. ‘이준석 돌풍’에 맥 없이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돌풍’은 정치 혁신, 2030 세대와 이들의 관심사인 고용·일자리 문제, 젠더 이슈 논란, 여야가 대변하지 못했던 정치적 공백지대 확보 경쟁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대에서 발화된 ‘이준석발’ 변화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경우, 대선 전략이라곤 정권 심판 밖에 없었던 국민의힘은 ‘플러스 알파’를 챙길 수도 있다. 통상 당심 위주로 치러지게 마련인 전당대회에선 ‘산토끼’ 논쟁까지 일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부동산 문제 대응에서 보듯 이슈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고, 대선 주자들은 강성 지지층 눈치를 살피느라 경황이 없다.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 실험이 실패할 경우 국민의힘은 다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수렴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준석 돌풍은 불확실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불확실한 리스크는 불확실한 전망을 낳는다”고 말했다. ‘이준석 돌풍’은 이 지사 입장에선 고심 깊은 외적 변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판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지사에겐 양가적이다. 양강 구도가 현실화 하면 여권 내 ‘이재명 쏠림 현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4·7 재·보궐 선거 때까지 보수 동조 현상이 짙었던 중도·무당층도 균형점을 찾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윤 전 총장과의 대립 구도를 세우기가 쉽지 않다. 한 정치권 인사는 “윤 전 총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당사자라 정체성으로 각을 세우기 힘들다.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에 견줘 정치 이력이 길어 과거 대 미래 구도도 여의치 않다”고 분석했다. 윤 전 총장 등판을 계기로 단일 후보·세력 연대 논의가 본격화 하면 야권이 대선 정국에서 역동성을 선점할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