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북한의 노동당 규약 개정

서의동 논설위원
조선직업총동맹 제8차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강습이 29일 진행되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직업총동맹 제8차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강습이 29일 진행되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우리의 람홍색 깃발 창공높이 날릴 제’로 시작하는 북한 노래 ‘우리의 국기’는 2019년 보급됐다. 이 노래는 북한의 제8차 당대회 기간인 지난 1월14일 열병식의 국기 게양식에서도 연주됐다. 당이 국가를 이끄는 북한의 당대회에 조선노동당 깃발이 아닌 국기가 게양되고, 국기를 찬양하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 장면은 낯설다.

‘국가’를 앞세우는 것은 김정은 시대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북한은 지난 4월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의 명칭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바꿨다. 최고지도자를 체제와 동일시하면서 단체 등의 명칭에 김일성 부자 이름을 넣는 관행에서 벗어나 국가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에서 ‘우리국가 제일주의시대’를 공식 선포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의 ‘우리민족 제일주의’에서 민족을 빼고 국가를 넣은 것이다. 이런 변화가 남북관계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북한이 ‘투 코리아’ 노선으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통일이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던 김정은이 8차 당대회에서 “통일의 꿈은 더 아득히 멀어졌다”고 한 것은 이런 관측과 연결된다.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조선노동당 규약을 바꿔 노동당의 당면 목적을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에서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 실현”으로 대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정권수립 이후 견지해온 ‘남조선 혁명·통일론’을 폐기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의 남북관계 인식에 심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 형성되는 특수관계’(남북기본합의서)로 규정된다. 유엔에 따로 가입해놓고도 별개 국가임을 서로 인정하지 않았기에 북한 문제는 국면마다 한국 정치를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했다. 상대방에 대한 정념의 거품을 걷어내고 관계를 쿨다운(cool down)하기 위해 ‘투 코리아’ 노선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서로를 별개 국가로 인정한 동서독이 결국 통일한 것을 보면 이 방안을 영구분단으로 여길 것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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