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와 괴물이빨
루도빅 플라망 글·엠마뉴엘 우다 그림·김시아 옮김
바람의아이들 | 26쪽 | 1만4000원
한 살 때 바구니, 가방, 냄비 속에 온갖 물건들을 가득 채워 넣던 에밀리는 세 살이 되면서 사람과 뿔 달린 사람, 날개 달린 집, 무기와 꽃 등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그림을 그렸다. 다섯 살 때부터는 조약돌, 조개껍데기, 작은 닭 뼈, 꽁초, 살아있는 새와 죽은 새 등 모든 잡동사니들을 좋아했고 방 안에 들여놓기 시작했다. 나무 화분에는 가위, 열쇠, 장갑 등과 함께 손, 발, 심장 등의 인체 모형들이 주렁주렁 달린다. 에밀리는 강박적으로 수집과 기록에 몰두한다. 물건들로 가득 차버린 방은 에밀리 외에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요새가 된다. 그사이 에밀리의 머리에는 동그란 알 모양의 뿔이 생긴다.
걱정하는 부모님이 문 뒤에서 한참 이야기를 한 날, 에밀리는 그 말이 듣기 싫어서 더 깊이 숨어든다. 아주아주 깊이 들어가자 커다란 괴물이 나타난다. 에밀리는 겁에 질려 묻는다. “날 잡아먹을 건가요?” 괴물은 아픈 배를 고쳐주면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다. 괴물 배 속으로 들어간 에밀리는 위 벽에 박힌 커다란 이빨을 발견한다. “아휴, 멍청이! 자기 이빨을 삼켰네!” 이빨을 빼낸 뒤 괴물을 물리칠 방법을 고민하다 스르르 잠이 든다. 꿈은 에밀리에게 속삭인다. “…이 꿈에서 저 꿈으로/ 이 계획에서 저 계획으로/ 달리는 에밀리/ 어린이를 잡아먹는 괴물아/ 영원히 안녕.”
<에밀리와 괴물이빨> 17~18쪽.
‘계시’와 같은 꿈의 주문을 들은 에밀리는 어쩐지 힘과 용기가 샘솟는다. 괴물 이빨을 자기 입에 끼워 넣고, 적과 싸울 준비가 되었다는 뜻으로 빨간 색연필로 얼굴에 줄무늬도 그린다. 소녀는 ‘전사’가 된다. 괴물 이빨을 무기로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괴물과 전투를 벌인다. 조금씩 균열이 생기던 에밀리 머리의 뿔도 산산이 부서진다.
괴물은 사라졌다. 괴물이 있던 자리는 커다란 빈터가 되어 이제 가족과 친구들이 앉을 수 있다.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자리 잡듯, 불안과 긴장감을 ‘탈피’한 뒤 내면은 더 단단해진다. 물건들도 하나둘씩 치워지지만 괴물 이빨만은 에밀리가 간직한다. 언젠가 또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림 한 귀퉁이에 침을 뚝뚝 흘리고 있는 어린 괴물이 보인다.
이 책은 ‘곱지’ 않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다. ‘그림책은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전복한다. 붉은색이 주를 이루는 ‘중세 잔혹동화풍’의 그림은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실눈 뜨고 계속 보게 되는 공포영화와 닮았다. 곳곳에 숨은 ‘상징’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불안에 잠식당할 것인가, 맞서 싸울 것인가. 종종 ‘괴물’에 집어삼켜지는 어른들에게도 유효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