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하고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수사에 착수했다. 윤 전 총장은 공수처의 7·8호 사건번호가 부여된 수사 대상이 됐다.
고발인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10일 공수처로부터 ‘수사처수리사건 처리결과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통지서 등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윤 전 총장과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이두봉 대전지검장,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지난 4일 입건했다. 공수처법상 전·현직 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사세행은 지난 2월 윤 전 총장과 이 지검장, 김 지청장이 2019년 5월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 수사한 의혹이 있다며 이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3월에는 윤 전 총장과 조 차장검사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기소를 방해했다며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7일에는 ‘판사 사찰 문건’을 불법 작성하고 이와 관련한 수사를 막았다며 윤 전 총장 등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이 중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에 사건번호 ‘공제7호’를,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에는 ‘공제8호’를 부여했다.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은 아직 입건되지 않았다. 공수처는 사건분석조사담당관실의 검토를 거쳐 윤 전 총장 등의 사건을 배당했다.
공수처는 그동안 수사할 대상이 아니거나 수사할 만큼의 혐의점이 보이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는 검경에 이첩해왔다. 직접 수사할 의지가 있는 사건에 대해서만 공제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이번 수사로 공수처와 검찰은 서로의 전·현직 수장을 붙잡고 수사를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공수처와 검찰은 그동안 사건 이첩 등을 두고 갈등을 벌여왔다.
윤 전 총장 측은 공수처 수사에 대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야권은 공수처 수사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정권이 본격적으로 ‘윤석열 죽이기’에 돌입했다”며 “저와 우리 당이 온 몸을 던져 막으려 했던 그 공수처는 이렇게 철저하게 ‘야권 탄압’의 특수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여권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가 독립적으로 잘 판단할 것”이라며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잘 대처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1997년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이 김대중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수사를 하게 되면 대선에 개입하게 된다며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했다. 입증이 불확실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수사는 정치적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제기된 혐의는 범죄로 성립하기가 쉽지 않다”며 “수사를 본격화하면 과잉 수사라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