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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주먹밥과 군대 급식

입력 2021.06.11 03:00

살아남았다면 구순인 큰아버지는 6·25전쟁 전사자다. 외삼촌마저 월남전 전사자여서 6월이 되면 삼촌들이 계신 국립묘지에 성묘 가는 일이 집안 큰 행사다. 문득 큰아버지가 전쟁터에서 어떻게 지냈을지 궁금하여 6·25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그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쟁 초기에는 민가의 부엌에서 주먹밥을 만들어 지게에 지고 전투현장까지 실어나르곤 했다는데 운 좋으면 하루에 주먹밥 한 개를 먹고, 며칠 내내 굶는 것도 예삿일이었다. 전문적인 보급부대가 아니라 동원된 민간인에게 맡겼으니 오죽했으랴. 그렇게 배를 곯고 싸우다 큰아버지는 스물셋 청춘을 이 땅에 묻었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지금도 6월25일에는 군대 메뉴로 주먹밥이 나오기도 한다. 소금주먹밥을 먹어가며 조국을 지킨 호국영령들을 기리자는 일종의 음식 의례다. 그런데 근래 ‘지금이 6·25냐?’라는 힐난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격리 장병들에게 지급된 부실한 도시락 문제가 군대급식 전체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식재료를 빼돌리거나 거대한 비리가 있을 것이라는 반응도 많다. 하지만 민간의 군사 전문가들마저 현재 군급양 시스템 자체가 6·25전쟁 당시 쌀 빼돌리기 때와는 완전히 달라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급양 분과는 ‘방산비리’를 저지를 만큼 매력적인(?) 분과도 아닌 데다 영관급 간부도 없다. 한국의 군대와 군인은 격변했다. 일단 사람이 줄었고 다이어트와 몸매에 신경을 쓰는 세상이 되어 밥 배식량을 줄이고 공급칼로리도 낮췄다. 여기에 군대 매점인 PX가 아예 편의점인 곳도 있고, 밥 대신 간식을 더 많이 사 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현역부터 예비역까지 각자 쏟아낼 말이 많고 군대 밥과 관련한 사연은 넘쳐난다. 부대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대체로 모든 부대가 세 끼니를 ‘쳐내는’ 일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는다. 주먹밥 먹으며 싸우던 때의 병사들이 아니라 선진국이 된 나라에서 태어난 병사들의 입맛은 변했다. 조리병 지원도 거의 없어 부대 급식실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군복무 기간이 짧아져 조리 역량이 축적되지도 않는 데다 후임병 승계도 어렵다. 온갖 불만과 민원의 온상이 되다 보니 급양병은 일단 피하고 싶은 보직이다. 하여 부대마다 장정들 세끼 먹이는 일에 골치를 앓은 지 꽤 되었다. 1996년부터 대대급 이상에는 조리 지도를 할 수 있는 민간조리원을 배치하고, 해마다 급식 기호도 조사를 통해 선호하는 메뉴는 더 넣고 기호도가 떨어지는 메뉴는 빼는 등의 노력도 해왔지만 역부족이다.

이 사태에 국방부는 급식비를 늘리고 병사들이 좋아하는 고기나 햄, 참치캔과 컵밥 등을 메뉴에 추가하고, 민간조리원을 더 충원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 급식을 아예 외주화하는 방향도 본격 논의하겠다고 하는데, 외주화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여론도 편의점도시락보다 못한 급식을 주느니 차라리 급식업체에 넘기라고 하지만, 이윤을 남겨야 하는 기업에 넘기는 일은 심사숙고할 일이다.

단체급식은 조직의 목표가 있는 식사다. 학교급식은 학생의 건강을 지키고 다양한 음식 경험을 통해 올바른 식습관을 잡는 것이 목표다. 군대급식은 군인의 건강을 바탕으로 사기진작과 전투력 증진이 목표다.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어떤 전사를 육성할 것인지를 따져야 하는 식사다. 입맛만 따질 수도 없고 가격만 따질 수도 없는 일이다. 잘 먹이고, 건강을 지켜 국방을 튼튼하게 하는 일의 근간인 군대 급식 문제가 이렇게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지금을 정부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 땅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이 땅에서 길러진 신선한 식재료로 ‘맛있게’ 조리해서 먹이는 일에 민관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골몰할 때다. 그러려고 우리 큰아버지가 소금주먹밥 먹어가며 지킨 나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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