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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여도 있다…‘빛의 계보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21.06.13 21:26

수정 2021.06.1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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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성태 | 한국전기연구원 전기물리연구센터장
[찌릿찌릿(知it智it) 전기 교실]안 보여도 있다…‘빛의 계보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대부분의 창조 신화는 빛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대인들에게 빛은 보이지 않는 포식자들에게서 안전을 확보하고 한밤의 냉기를 물리치며 사악한 기운을 소멸시키는 신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시각으로 인식하는 빛은 전자기파의 아주 한정된 영역인 가시광선만을 의미하지만, 피부로 인지하는 모닥불의 열감과 피부를 건강하게 그을리는 빛도 모두 기본 물리상수인 광속으로 진행하는 전자기파다.

전자기파라는 이름이 의미하듯 빛은 파동의 일종이다. 파동은 기본 마디가 시간적·공간적으로 반복되는 특징이 있는데, 공간적으로 반복되는 기본 마디를 파장이라고 한다. 모든 빛은 두 개의 파동, 즉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전자기파’이다.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을 흉내 내자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광선을 쫓아갈 때 그 광선은 제자리에서 공간적으로 진동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처럼 보일 것이다.

전자기파는 하전입자가 가속 운동을 하는 등의 이유로 전기장 혹은 자기장이 시간적으로 변할 때 발생한다. 이 관계를 영국의 물리학자 맥스웰이 아름다운 수식으로 정리한 것이 맥스웰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을 통해 일상에서 별개의 현상처럼 나타나던 전기력과 자기력이 네 가지 기본 힘의 하나로 통합됐고, 모든 빛은 전자기 법칙에 따르는 파동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빛은 고대 이래로 오랫동안 자연철학자들의 탐구 대상이었다. 뉴턴은 프리즘이라는 삼각형 유리 장난감 두 개를 이용해 백색광이 다른 파장, 즉 여러 색의 빛으로 나눠질 뿐만 아니라 다시 합쳐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천왕성을 발견한 천문학자이자 작곡가인 허셜은 프리즘으로 빛을 나눌 때 붉은색 아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따뜻함을 주는 빛(적외선)이 있음을 밝혔다. 또 독일의 화학자 리터는 프리즘에 의해 나눠진 태양광 스펙트럼 중 보라색 밖의 영역에 강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빛(자외선)이 있음을 규명했다. 자외선의 이러한 특징은 일광 소독이 가능한 이유이며 최근 코로나19 살균에도 적용되고 있다. 또한 우리 피부 세포에 있는 전구체에 작용해 비타민D를 합성하고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구릿빛 건강 피부를 만든다. 물론 지나치게 노출되면 피부암을 유발하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리터는 염화은 종이의 변색을 유도해 자외선의 존재를 증명했는데, 이는 사진 화학의 시발점이 됐다. 유사한 기술이 전자회로의 미세 패턴을 반도체 기판에 인쇄하는 데 응용되고 있다. 반도체 기판에 ‘포토레지스트’라는 고분자층을 균일하게 덮고 복잡한 회로가 그려진 포토마스크를 올린 뒤 자외선을 쪼여주는 일, 즉 ‘노광’을 하면 자외선에 노출된 부위의 연결구조가 변화돼 포토마스크로 가려진 부위와 화학적 성질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한다.

극자외선(EUV)은 자외선(UV) 중 파장이 13.5㎚ 정도로 매우 짧은 빛을 말한다. 삼성전자 등에서 매우 높은 집적도가 요구되는 반도체 제조를 위해 최근 건설에 착수한 새로운 반도체 라인의 핵심 기술이다. 네덜란드 업체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노광용 EUV 광원 장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20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연구를 진행시킨 결과라고 한다.

20여년 전 한국전기연구원에서도 EUV 광원 개발을 위한 연구를 시도한 바 있다. 아쉽게도 당시 기업 관계자들이 활용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결과, 1년도 못 가 중단해야 했다. 20년 뒤 다시 EUV 광원에 관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이제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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