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법안

조문희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리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 “유출에 따른 위험성이 더 크다.”

경향신문이 20일 전현직 의료계 종사자 및 환자단체를 상대로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나온 답변이다. CCTV 설치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쪽은 환자의 권익 보호를 근거로 들었다. 환자가 마취상태로 홀로 누워있는 수술실 특성상 잘못된 의료행위나 범죄가 벌어져도 환자 입장에서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인천과 광주의 척추 전문병원에서 드러난 이른바 ‘대리수술’(무자격자가 의사 대신 수술에 나서는 것) 정황은 불법 의료행위가 엄존하는 현실을 환기했다. 수술 과정에서 환자를 성추행하는 등 범죄도 다수 공론화됐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대체로 CCTV 설치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의료기록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의사들이 적극적인 의료행위를 꺼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수술방 CCTV는 환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뿐만 아니라 진단명, 수술 내용 등 중요한 개인의료기록도 들여다보게 되는데, 유출을 막는 보안 장치가 얼마나 법적으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응급이나 돌발 상황에서 과감한 수술을 꺼릴 수 있고, 분쟁 소지가 많은 전공분야에 지원하려는 인력 자체가 줄어 필수의료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외과를 담당하는 A교수는 “수술실 CCTV가 유용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지금도 안전상태 점검이나 수술 후 도구를 세는 과정에서 활용한다”면서 “다만 의료진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하면서 강제 설치하자는 법 제정 취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A교수는 “암수술 등 진료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인데, CCTV를 설치한다고 특별히 소극적이 되진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강제 방식이 아닌 자율 권고 식으로 논의가 이어졌다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CCTV를 설치하지 않고도 환자를 보호할 방법을 고민해야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경남 창원에서 10년째 요양병원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외국에선 CCTV 설치 논의가 있어도 프라이버시 침해 등을 이유로 환자들이 오히려 반대한다. CCTV 설치의 이득과 손해를 비교해봐야 한다”면서 “범죄가 벌어졌을 때 제대로 처벌하고, 사건 발생 사실을 공개하도록 하는 게 CCTV 설치보다 더 나은 방안”이라고 했다. 이씨는 “왜 시민들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주장에 공감하는지 이해는 된다. 성추행을 저지른 의사에 대해서도 내부 징계로 넘어가려는 시도가 있었고, 대리수술해서 면허가 취소돼도 몇년 후엔 재취득할 수 있다. 불신을 자초한 셈”이라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다시는 의사 일을 못하게 하고, 근무한 병원까지 공개한다면 의사, 병원 스스로 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는 “일부 의사들의 비도덕적 행위가 은폐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CCTV만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범죄 등 행위가 있다면 내부적으로 고발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학생 때부터 또는 수련 과정에서 철저한 교육과 이상행위자를 걸러내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환자단체는 의료소송에 대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 중 응급상황 발생시 심폐소생술 등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법은 현재로선 수술기록지 뿐인데, 허위로 작성해도 사실확인이 어렵다”며 “의료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에 맞서려면 CCTV 등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의사가 아닌 환자가 걱정할 사안”이라며 “CCTV 설치를 의무화하되, 촬영 및 영상자료 확인은 환자가 동의할 때만 가능하도록 하는 등 유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문제”라고 했다.

여론은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하는 흐름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8~2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0.1%가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9.8%, ‘잘 모르겠다’는 10.1%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술실 CCTV 설치의 시급성을 알리는 등 여당은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다. 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사회적으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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