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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도 닦으면 뭐해

입력 2021.06.21 03:00

수정 2021.06.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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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는 지금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대선 주자 윤석열에게 별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사법개혁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말에도 별로 감정이 가지 않았고, 그렇다고 검찰을 지키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소송사회가 된 미국에서 변호인들이 과잉대표되는 것처럼, 한국도 대통령부터 라디오 시사방송의 패널들까지 모두 법조인이 하면서 생겨난 불균형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경제 대신 변호사의 시선이 더 중요해진 나라, 우리가 갈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그렇지만 최근 그에게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윤석열이 한발 물러선 위치에서 입당한다, 안 한다, 오락가락 행보를 하더니, 급기야 ‘큰 정치’라는 도저히 알아듣지 못할 얘기까지 했다. 2009년에 대흥행을 거둔 영화 <전우치>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맨날 도 닦으면 뭐해,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젊어서 무당이었다가 늙어서 방황하는 한 할머니가 정의로운 도사인 화담에게 느닷없이 던진 대사다. 영화 속에서 원래 요괴인 화담은 자신의 팔에서 흐르는 녹색 피를 보고서야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 대사가 지금의 윤석열에게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석열, 오락가락 행보를 하더니
‘큰 정치’라는 모호한 얘기 꺼내
안철수 ‘새 정치’ 전철 피하려면
도 닦는 사람 덕담 같은 말 말고
진짜 자기 마음속의 말을 해야

나는 그의 부친에게서 수리통계학을 들었던 적이 있다. 매우 보수적인 나이든 교수였지만, 우리가 데모하는 것에 대해서 심지어는 시험 거부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할 만한 일이다”라고 말해주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보수 쪽 사람이지만,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마 어느 정도 개인적 소양은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게 내가 윤석열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우호적 시선이다.

정치에 처음 들어온 안철수는 여의도의 여론조사 전문가나 컨설팅 회사에 너무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한 번도 제대로 못하고, ‘중도’라는 불분명한 신기루 같은 목표를 좇다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초기에 안철수는 ‘새정치’라는, 아무도 알아듣기 힘든 얘기만을 했다. 급기야 윤석열 입에서 ‘큰 정치’라는 단어가 나왔다. 새정치도 어려운 말인데, 윤석열의 큰 정치는 더 어려운 말이다. 도 닦는 사람 입에서나 나올 것 같은 덕담을 국민들에게 내놓은 셈인데, 불가에서 듣던 심심상인급 신조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

정치인으로서 안철수도 아마 자기가 하고 싶은 뭔가가 있었을 텐데, 불분명한 중도 노선 한다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가 급기야 보수 정당과 합당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안철수가 만들고 싶은 나라의 모습에 대해 속 시원하게 들은 기억이 없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고, 만들고 싶은 나라가 있는 사람이 결국 지도자가 된다.

같은 검사 출신이지만 홍준표는 그렇게 애매모호한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막말’이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홍준표가 한 말은 불편한 말이지, 막말은 아니라는 그의 억울함에 공감이 든다. 반값 아파트를 만들자고 하던 시절의 홍준표는 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했다. 비록 대통령은 못 되었지만, 고만고만한 수많은 법조인 출신 정치인과 달리, 큰 얘기지만 내용이 명확한 얘기를 했다.

상당수의 국민이 아직은 윤석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도 닦는 소리만 해서는 금방 ‘실없는 사람’으로 대중이 외면한다. 행정의 달인이라고 하던 고건이 알 듯 모를 듯한 소리만 하다가 대선 길을 접었다. 반기문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사람들을 ‘깜놀’하게 하고, 홀연히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2011년 월가 시위 이후로 유행한 금융자본에 반대하는 ‘1:99’ 사회,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유행한 세습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10:90’ 사회에서 최근에는 ‘50:50’ 사회로 한국 사회가 급격히 전환하는 중이다. 많은 선진국에서 하위 50%의 자산이 5%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하위인 49%에 있을 것인가, 상위인 51%에 있을 것인가? 50:50 사회에서 아파트 ‘영끌’, 주식 주린이, 가상통화까지 그야말로 자산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이게 우리의 시급하고도 긴급한 문제다. 진보든 보수든, 이 자산 격차로 발생하는 50 대 50의 자산 전쟁에 답을 못 주고 있다. 토마 피케티는 복지의 증가로 소득 불평등은 다소 개선되었지만, 자산 불평등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갈등이 점점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대선에 나가고 싶으면 “문재인 싫어요, 조국 싫어요” 말고, 진짜로 자기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꺼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정치공학만으로 집권할 수 있는 규모가 이미 지났다. 자기 가슴속의 얘기를 꺼내야, 사람들의 토론과 논쟁이 시작될 수 있다. 구중궁궐에서 수렴청정하듯이 대리인 내세우는 정치, 국민은 검찰총장에게 지시를 받는 검사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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