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마이클 만 “기후위기 알면서도 부인…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치적 의지”

김한솔 기자

세션Ⅲ 증폭되는 위기와 지체되는 실천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가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1 경향포럼> ‘기후위기의 시대 - 생존 가능한 지구로 가는 길’에 비대면으로 참석해 ‘증폭되는 위기와 지체되는 실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가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1 경향포럼> ‘기후위기의 시대 - 생존 가능한 지구로 가는 길’에 비대면으로 참석해 ‘증폭되는 위기와 지체되는 실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전 세계 곳곳 현실화됐지만
기업·보수 언론·정치인들은
과학적 증거 무시하고 간과

기업은 사회적 책임 안 지면서
개개인 역할만 강조하면 안 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적 해법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다.”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대기과학분야 교수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1 경향포럼>의 화상회의에서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을 초래한 요인들과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주제로 강연했다. 지구 기후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모델을 주로 연구한 그는 <신기후전쟁> <하키스틱과 기후전쟁>의 저자이다.

마이클 만 교수는 기후위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수십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50년간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지구가 온난화돼 위기에 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1982년 미국 최대 정유회사인 엑손모빌의 사내 과학자들이 한 말을 소개했다. 그는 “엑손모빌 사내 과학자들은 우리가 화석연료를 계속해서 연소하게 된다면 ‘재앙적 미래’가 올 것이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대중에게 그 사실을 전하지 않고, 수많은 돈을 들여 과학의 신뢰성을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폭염과 홍수, 가뭄 등의 모습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년 반 전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호주로 갔는데, 당시 호주 사람들은 너무 날씨가 덥다며 그해를 ‘블랙 서머’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그다음 해 이 지역엔 홍수가 나서 집이 떠내려 가고 있었다”고 했다.

마이클 만 교수는 화석연료 기업들과 보수적인 언론매체, 정치인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거짓 정보’를 이야기하며 현실화한 기후위기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이 제시한 증거를 무시하거나 간과하고 있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다고 기후변화를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후위기를 부정하지 않는 대신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우리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화석연료를 멈출 필요가 없다, 회복 탄력성을 갖자고 말한다. 10년 뒤엔 대기권에 새로운 입자를 분사시키고, 바다에 새로운 물질을 배포하면 모두가 깨끗하게 살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개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카콜라의 광고 캠페인 ‘사람들이 오염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오염을 멈출 수 있다’가 대표적 예다. 진보적인 사람들 간에 분열을 일으키는 것 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늦춘다고 했다.

마이클 만 교수는 현 상황의 긴급성을 직시하고, 이를 정책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에겐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미 개발한 재생에너지 기술을 활용해 탈탄소로 갈 수 있다. 기술적 해법이 아니라 ‘정치적 의지’가 우리의 해법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기후협약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후 친화적인 인사를 이사에 선임한 엑손모빌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전 세계가 힘을 합치고 있다. 우리에게 보다 나은 미래는 얼마든지 있고,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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