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청년들 지구 살리기 주도 역할…정·재계 빠른 액션 이끌 수도”

최민지 기자

세션Ⅳ 생존 가능한 지구를 위한 모색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왼쪽)와 야닉 글레마렉 녹색기후기금(GCF) 사무총장이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1 경향포럼> ‘기후위기의 시대 - 생존 가능한 지구로 가는 길’에 참석해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와 에인절 수 노스캐롤라이나대 부교수, 데이비드 웰리스웰스 뉴아메리카 연구원과 ‘생존 가능한 지구를 위한 모색’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왼쪽)와 야닉 글레마렉 녹색기후기금(GCF) 사무총장이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1 경향포럼> ‘기후위기의 시대 - 생존 가능한 지구로 가는 길’에 참석해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와 에인절 수 노스캐롤라이나대 부교수, 데이비드 웰리스웰스 뉴아메리카 연구원과 ‘생존 가능한 지구를 위한 모색’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재생에너지 기술 관련 갈등
지역사회와 함께 풀어가야

한국이 가진 ‘독특한 입지’로
개도국·선진국 간 교량 역할
앞선 기술, 타국 이전도 기대

인류는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생존한다면 건강한 지구에서 살 수 있을까. <2021 경향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엇갈리는 입장에 이해를 보이면서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전 지구적 연대와 동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 문제를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주장에 대한 비판과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의 적극적 역할도 지적됐다.

23일 <2021 경향포럼> 마지막 세션에서는 유엔 산하 녹색기후기금(GCF)의 야닉 글레마렉 사무총장과 <2050 거주불능 지구>의 저자이자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연구원인 데이비드 월리스웰스, <신기후전쟁: 지구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쓴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 에인절 수 노스캐롤라이나대(채플힐) 환경·생태·에너지정책학(E3P) 부교수가 ‘생존 가능한 지구를 위한 모색’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사회는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만 교수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당장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탄소중립 움직임 속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으면서 화석연료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하면 절대로 탄소중립에 다가갈 수 없다”며 “빌 게이츠는 영리 재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SMR 건설로 막대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입장에 있다. SMR에 재생에너지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오도이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은 적지 않지만 시민의 온전한 지지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풍력발전소 건설이 산림을 훼손한다거나 농지에 태양광판을 설치하면 농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반발이 나오는 등 갈등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혁신에 그 해답이 있다고 수 부교수는 말했다. 그는 “몇해 전 중국의 최대 풍력터빈 제조업체를 방문했을 때, 지역 주민들이 이 터빈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소음을 최소화하거나 아주 작은 사이즈로 제작하는 아이디어가 동원된 것을 봤다”며 “이런 혁신들은 지역사회가 연대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세대불평등이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분야다. 기성세대의 무지와 무책임한 경제활동에서 시작된 기후위기가 결국 그 후손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위기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층은 청년층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청년층의 의견은 관련 정책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다. 월리스웰스 연구원은 “청년들은 정치적인 힘이나 마땅한 부가 없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각성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젊은층의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고 이미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들이 정계와 재계에 목소리를 냄으로써 보다 빠른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했다.

글레마렉 사무총장은 글로벌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 경제강국이고, ANNEX1(교토의정서상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는 국가)에 속하지 않은 국가 중 기후위기 정책에 앞선 국가이기도 하다. 이런 독특한 입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면서도 앞선 기술을 통해 전 지구적인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레마렉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포스코가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t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언급하며 “포스코의 ‘탈탄소화’는 전 세계 제철소에 새로운 로드맵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이 혁신과 개발을 하고, 이 기술을 타국에 이전하면 직접적으로 개도국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경제적 지원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만 교수는 “사람들은 중국이 가장 큰 탄소 배출 국가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역사적으로 누적된 배출량을 보면 미국이 제1의 탄소 배출국”이라며 “선진국들이 지금까지 배출한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물적·지적 자원을 (개도국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 부교수는 “중국이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투자를 시작한 것은 도덕적 의무 때문이 아니라 결국 이것이 국익과 연결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라며 “(개도국에 대해서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액션이 국가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속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만 교수는 곳곳에서 일어나는 가뭄이나 산불 등 기후위기적 징후가 연결돼 있음을 언론이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산불, 가뭄 등이 계속돼 재앙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를 전하는 언론들이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라며 “이런 현상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것임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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