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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공정성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젊은 세대가 경쟁에 매몰되었고 그래서 불평등의 구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MZ세대로 명명된 젊은 세대는 공정이라는 단어에 민감하다. 모두가 알고 있듯, 그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이 시대에 적어도 공정성이라도 담보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그들의 결을 잘 파악한, 자신도 MZ세대인 젊은 정치인이 최근에 당의 대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는 여러 의미로 흥미로울 것이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MZ세대는 코인과 주식에 빠져들었다. 공정을 부르짖으면서 자녀에게는 특혜를 주는 고위공직자를 보면서, 갑자기 평생의 기대소득보다 더 올라버린 집값을 보면서, 그들은 많이 절망했을 것이다. 노력도 노동도 덧없다는 마음이 되고 나면 그처럼 자신의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MZ세대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 그들은 그간의 어느 세대보다도 개인의 선함을 중요시 여긴다. ‘돈쭐을 내다’라는 신조어처럼, 그들은 자신이 잘되기를 바라는 선한 대상을 발견하고자 하고, 그를 끝내 잘되게 만들고야 만다. 예를 들면 아이들에게 급식카드를 받지 않고 먹을 것을 내어주는 식당 주인에게, 상품을 주문한 환자에게 금액은 당신의 완치로 받겠다고 한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에게, 바다거북의 생존을 위해 플라스틱 튜브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화장품 기업에 손을 내민다. 각자의 자리에서 선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외롭게 두지 않는 것이다. 아낌없이 돈을 쓰고, 그에 그치지 않고 ‘좌표’를 찍어 연결하고 확장해 낸다.

그에 더해, 선하지 않은 이들을 그냥 두고보지 않는다. 연약한 개인을 함부로 대하는, 갑질을 하는, 예를 들면 배달앱의 리뷰 같은 것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그들에게 그건 잘못된 일이라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MZ세대는 각자가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연대하는, 전에 없던 새로운 존재들이다. 경쟁에 매몰되었다는 비난을 감수하는 가운데 선하고 무해한 존재가 되기 위해 스스로와 주변을 함께 살핀다. 자신과 닮은 이들을 발견해 내고 두 팔 벌려 그를 끌어안고 또한 지켜내기 위해 애쓴다. 그들을 관통하는 단어는 공정이나 불평등보다도 오히려 선함이 되어야 한다. 그건 그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절망의 구조 안에서 발견한 유일한 가치일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기성세대들은 우리 사회에 갑자기 퍼져 나가는 선한 연대를 두고 ‘역시 아직 살 만한 세상이야’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 ‘아직’이라는 부사가 ‘살 만하다’ 따위의 단어와 어울리게 되면, 많은 부조리함을 은폐하고 추억하게 한다. 나는 잘 쓰지 않으려 하는 단어다. 그러나 나는 이 세대의 출현 덕분에 ‘이제 세상은 조금은 더 살 만해질 거야’라고 말해두고 싶다.

이 새로운 세대는 당신에게 “당신은 선한가, 선하지 않은가”하고 묻는다. 경쟁을 하더라도 서로를 닮은 선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는 듯하다. 무해한 존재로서 타인과 이 세계와 만나고자 하는 선한 당신을 두고, MZ세대의 끝자락에 간신히 편입되어 있는 나도 말해두고 싶다. 당신의 선한 길은 잘못되지 않았으니까 계속 그 길을 걸을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꼭 만날 수 있기를. 최근 몇 년간 내가 가장 많이 해 온 한마디를 당신에게 보낸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잘됨이 나와 우리의 잘됨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모든 개인의 잘됨이 이 사회의 잘됨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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