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도심 집회 강행
정부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 물어야” 참가자 수사 착수
노동계 “대형 쇼핑몰도 제한 없어”…형평성 문제 제기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연일 700~800명대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3일 서울에서 8000명 규모의 ‘기습 집회’ 벌였다. 경찰이 집회 예정지인 여의도 일대를 차벽으로 봉쇄하자 민주노총은 집회 장소를 종로 3가로 변경해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4일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끝내 불법집회를 개최한 것에 대단한 유감을 표한다”며 “경찰청과 서울시는 법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물어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집시법·감염병예방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받는다.
■ 방역 우선 vs 집회의 자유
민주노총은 경찰의 대응이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방역 형평성’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공연장 4000명, 야구장 6000명 입장은 괜찮은가. 왜 노동자들의 절규는 제한돼야 하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방역을 완화한 새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를 이달부터 적용 중인데, 집회제한 수위는 종전과 동일하다.
민주노총 노동자대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지만 방역만 놓고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 집회였다. 집회 시작 30분 전부터 종로3가 지하철 역사에 집회 참석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집회 현장에서도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공간이 비좁아 붙어 앉을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은 “충분히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달라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거부한 당사자는 정부”라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전면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 때도 경찰은 광화문 광장에 차벽과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3중 검문소를 운영하며 시위대의 집결을 차단했다.
방역전문가들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는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집회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재훈 가천의대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헌법상 기본권은 중요하지만 생명권에 우선 할 수는 없다”며 “방역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민주노총 집회가 수도권 방역에 해를 끼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지나치게 포괄적인 집회제한
‘방역이 우선’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정부의 집회제한 조치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일률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등 노동 법률단체들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집회제한 조치는 ‘집회·시위의 자유’ 본질을 침해한다고 평가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새 거리 두기 체계에서 스포츠 관람과 대중문화 공연에 대한 규제는 풀어놓은 반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에 대한 규제는 그대로 묶어놓은 것을 놓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실내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은 인원 제한을 두지 않고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은 실외 집회만 불허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는 “집회의 자유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 가운데 하나”라며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집회의 자유도 보장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세분화된 새로운 집회 방역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