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식 출범일인 1월2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 공수처 현판이 걸려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사 비위에 대한 수사권을 놓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검사 비위를 알게 된 즉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와 ‘혐의 있음을 확인한 경우’ 이첩한다는 검찰이 맞서 있다. 공수처는 해법을 찾지 못하면 법무부와 논의해 검찰 주장을 무력화할 상위 법령을 마련할 뜻도 시사했다.
공수처법 25조2항은 ‘공수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을 검찰과 공수처는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공수처에 ‘수사처 이첩 대상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검토’라는 의견서를 보냈다. 공수처 출범 이후 검사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 기록을 보내달라는 공수처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보낸 문서이다. 검사 범죄가 무혐의 처분 등으로 불입건되면 검찰이 자체 종결할 수 있다는 게 의견서의 골자이다. 대검은 같은 내용을 대검 예규인 ‘고위공직자범죄 및 조사·진정 사건 이송·이첩 등에 관한 지침’에 담았다.
대검은 6일 “‘범죄혐의의 발견’이란 해석상 ‘범죄혐의가 있음’을 전제로 ‘이를 확인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고소·고발, 진정 등 ‘범죄혐의의 단서’가 발견된 경우와는 구별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나 경찰도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하여 수사할 수 있는데, 혐의를 확인할 증거가 없으면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라고 볼 수가 없어 공수처에 이첩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확인한 뒤에야 공수처에 이첩한다는 것이다.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자체 종결한다는 뜻이다.
공수처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한 공수처법 취지에 반한다”고 반박한다.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 사건을 인지한 즉시 공수처에 이첩해야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검의 비공개 예규를 공개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검찰이 ‘셀프종결’ 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부적절하다”며 “과도한 공수처 견제 조항”이라고 했다.
공수처법 규정 자체가 모호해 두 기관간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두 수사기관이 협의해 최종 결과를 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그것이 안 되면 법무부 장관·행정안전부 장관·검찰총장·공수처장·경찰청장이 협의해 법령으로 정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공수처와 검찰 간 관계를 규정한 대통령령 등을 새로 마련해 하위법령인 대검 예규를 무력화할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지난 5월 공수처, 검찰, 경찰, 해경, 국방부 검찰단이 참여하는 5자 협의체를 추진했지만 협의체는 아직 구성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