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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의 외로운 ‘닭싸움’

입력 2021.07.09 03:00

수정 2021.07.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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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이맘때, 전북 익산으로 우리집 토마토나 따라는 엄마한테 ‘농학연대’하고 오겠다며 농활을 갔다. 농민들에게 많이 배워 와 우리집 농사를 더 열심히 돕겠다는 핑계를 댔다. 익산시 성당면의 전형적인 수도작 마을이었는데 장마철인 7월 초순엔 일도 없었고, 당시에도 벼는 기계로 짓는 농사가 되어 겸업농가가 많았다. ‘농학연대’를 하자면 사람을 만나야건만 낮에는 사람 구경이 어려웠다. 주민들이 육계회사 ‘하림’의 대형 도계장에 돈을 벌러 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끼리 일할 때도 많았다. 당시 마을에는 회사에서 기증한 닭튀김기가 있었고 닭도 흔해 마을잔치에 직접 치킨을 튀기는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전북 지역에는 유독 고기 닭(육계)과 육용 오리 업체들이 많다. 산업의 집적 효과 때문에 사료공장, 사육장, 도축장이 몰려 있어 조류인플루엔자가 터지면 취약지역이기도 하다. 육계 부문은 지난 몇 년 공급과잉 상태로 사육두수 조절을 하지 못하여 골치를 앓는 산업이다. 육계 회사들끼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느라 많이 기르고 많이 잡는다. 여름 성수기에는 매달 1억마리가 넘는 닭을 잡는데 다 먹지 못해 창고에 얼려두더라도 산업은 돌아간다. 그런데 지금 하루 최대 84만마리의 도계를 할 수 있는 대형 도계장이 전북 고창군에 들어서겠다는 계획이 잡혀 반년 넘도록 해당 지역에서 ‘닭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참프레’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육계기업 동우팜투테이블이 고창군 고수면 산업단지에 도계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기업유치라는 명분으로 군수와 몇몇 유관단체가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급박하게 일이 돌아가는 중이다. 도계과정은 어리에 실려 온 닭을 계류장에서 잠시 안정을 시킨 뒤 전기로 의식을 소실시키고, ‘샤클’이라는 갈고리에 걸어 피를 빼고 털을 뽑는다. 기계로 내장을 적출하고 똥집이나 닭발처럼 용처가 있는 가식 부위와 털, 머리, 내장과 같은 불가식 부위는 곱게 갈아 열처리를 하는 렌더링 과정을 거쳐 사료나 퇴비의 원료로 만든다. 이 과정에는 엄청난 물과 전기가 필요하다. 뜨거운 물에 닭을 담갔다 빼는 탕적도 해야 하고 세척과 냉각 과정에도 많은 물을 써야 한다. 고창 고수면에 들어서려는 도계장에서는 하루 8000t의 물이 필요하다는데 이는 고창군민들 하루 사용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인 데다 그만큼 폐수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미 도계장이 들어선 마을에서는 악취와 폐수 문제로 인근 주민들이 굽은 허리를 하고 시위에 나서기도 한다. 지금도 부안에 있는 참프레 도계공장의 악취 발생 문제 때문에 주민들이 업체와 행정 모두와 갈등을 겪고 있다. 도축 시설은 신규 허가가 어려우니 기존의 시설을 증·개축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야금야금 늘린다. 빠듯한 지방자치의 형편 때문에 기업의 지역투자와 고용창출, 특히 여성고용 창출이란 매혹적인 제안에 도축장을 받아들인다. 처음부터 도축장이나 도계장이라 하지 않고 ‘육계가공공장’이나 ‘축산물종합시설’ 같은 이름을 붙여도 도축 시설일 뿐이다. 고용창출의 효과를 기대하더라도 도축장의 노동은 엄청난 소음과 피가 튀는 일이다. 고령의 농촌 주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이 되고 만다. 25년 전 농활 들어갔던 마을의 어머니들이 당시에는 40~50대였으니 할 만한 일이었지, 지금 농촌에서 도계장 일을 할 수 있는 여성 주민들이 몇이나 될까.

고창군은 2013년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된 청정지역이다. 복분자와 수박을 특산물로 기르던 아름다운 곳이다. 이웃들 간 목소리 높일 일이 없던 고을에 주민들 간의 골이 깊게 파이고 있다. 정작 도축시설 현황 ‘0’인 수도권 사람들 치킨 먹자고 저 먼 동네에서 목을 건 닭싸움이 한창이건만 구경꾼조차 없어 더욱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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