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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13년 뜯어보니…6%는 재판부와 배심원 판단 달랐다

2008년 2월12일 사상 최초로 대구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2008년 2월12일 사상 최초로 대구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설 연휴 하루 전이던 2013년 2월8일 오후 6시56분쯤 사업가 A씨는 인천국제공항 방면 신공항고속도로를 달렸다. A씨는 술을 마시며 동업자 B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B씨는 조수석 문을 열고 고속도로에 뛰어내려 정신을 잃었다. A씨는 그대로 자리를 떴고, B씨는 1분 뒤 다른 차량에 치여 숨졌다. 검찰은 A씨를 살인·감금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B씨를 차량에 감금하다 도로에 밀었거나, B씨가 도로에 뛰어내려 숨지게 만들었다고 의심했다. A씨는 B씨를 도로에 내려줬을 뿐이라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2013년 7월18일 국민참여재판에서 인천지법 형사14부(재판장 남기주)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감금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배심원 7명 중 5명은 A씨의 감금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며 유죄 평결했지만 재판부가 따르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법상 배심원 평결을 재판부가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2014년 4월 22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A씨의 유기치사·사고후미조치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구호할 법적 의무가 당연히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A씨가 사고현장을 이탈한 이후 후행 차량에 의해 B씨가 사망에 이르러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16년 1월 대법원은 징역 2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9일 발표한 ‘국민참여재판 성과분석’에 따르면 2008~2020년 국민참여재판 전체 사건 2718건 중 2541건(93.5%)은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결이 일치했다. 평결과 판결이 일치하지 않은 사건은 177건(6.5%)이었다. 배심원이 무죄 평결한 사건이 163건, 유죄 평결한 사건이 14건이었다. A씨 사건은 1심에서 재판부가 배심원의 평결을 따르지 않았지만 2심에서 평결대로 유·무죄 판결이 뒤집힌 사건 12건(0.004%) 중 1건이다. 무죄가 유죄가 된 사건이 8건, 유죄가 무죄가 된 사건이 4건이었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사건은 성범죄가 185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살인 974건, 강도 875건, 상해 221건이었다. 성범죄는 국민참여재판을 배제·철회하는 경우도 가장 많았다. 성범죄 신청 사건 1857건 중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사건은 416건(22.4%)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등 국민참여재판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배제’할 수 있다. 재판부가 ‘배제’한 사건은 성범죄 1806건 중 602건(33.3%), 강도 872건 중 157건(18.0%), 살인 962건 중 152건(15.8%), 상해 214건 중 29건(13.6%)이었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철회’한 사건도 성범죄 1806건 중 788건(43.6%), 강도 365건 중 365건(41.9%), 상해 214건 중 76건(35.5%), 살인 962건 중 274건(28.5%)이었다.

지난해에는 국민참여재판 신청 사건 865건 중 96건(12.4%)만 국민참여재판이 열려 역대 가장 적었다. ‘철회’한 사건이 387건(49.9%), ‘배제’한 사건이 293건(37.8%)이었다.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배심원이나 증인이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탓으로 보인다.

2008~2020년 공소장 접수일부터 첫 공판기일까지의 국민참여재판 평균처리기간은 103.4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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