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작가회의 연대시 40편 써
총 3회 6시간 민주시민교육
시인 10명 일일교사로 참여
민주·평화·인권의식 가르쳐
학생들 시낭송·웹툰 등 제작
“작은 마음 전해 용기 주고파”
“퀸마롯바네 치뚜또(용서하지 말라 사랑이여).”
지난 13일 전북 군산시 동원중학교 1학년 4반 교실에서 생소한 외국어가 흘러 나왔다. 교실 안에는 학생 8명이 돌아가며 시를 낭송하고 있었다. 최지훈군은 ‘길바닥에 짓밟혀도 눈 부릅뜨는 미얀마, 사람다움이 박살난 미얀마’란 구절을 낭송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병초 시인(전북작가회의 회장)은 이 모습을 곁에서 조용히 지켜봤다. 그는 학생들이 낭송한 미얀마 연대시를 썼고, ‘일일교사’로 수업을 주관했다.
이날 ‘작은 노래가 큰 함성으로 울리는 민주시민교육’ 수업에는 1학년 4반 학생 29명이 함께했다. 전체 3회차(6시간) 수업 중 두 번째 시간이었다. 전북교육청이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응원하며 이를 계기로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식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참여를 원한 10개 중학교에서 지난 6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진행 중이다. 전북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연대시 40편을 썼는데, 이 중 영어와 미얀마어로 번역한 작품을 선보인 시인 10명이 일일교사로 참여했다. 학교에서 정규수업 시간을 할애해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교육하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이병초 시인은 “뜨거운 여름 미얀마 시민들은 광장에서, 아스팔트 위에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며 학살당하고 있다. 유엔에 도움을 요청해도 국제사회는 미얀마를 외면했다”면서 “한국의 시인들과 학생들이 함께 미얀마를 응원하는 것은 지구상에서 처음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학생들은 시낭송과 자작시, 응원문구, 웹툰 등 4개 모둠으로 나눠 마음을 모았다. 이건영군은 ‘나라는 결코 시민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바로 나라의 주인입니다’라는 응원문구를 썼다. 문애은양은 ‘언젠가는 바뀔 거예요. 지금까지 힘내줘서 고마워요’라고 적었다.
‘무력을 사용하는 군부 독재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미얀마’라고 쓴 임다희양은 “미얀마 시민들이 희생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이번 수업을 통해 알게 됐다”면서 “작은 마음이라도 전해 기운을 돋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곧 희망이 올 것이다/ 우리 모두 힘을 합치자/ 따뜻한 행복이 우릴 향해 오고 있다/ 행복과 희망이 오고 있다/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봄바람과 함께 우리의 자유가/ 밝은 불이 길거리를 밝혀준다/우리의 희망이 길거리를 밝혀준다’ 고윤아양은 이렇게 자작시를 써 희망을 노래했다.
4컷 웹툰 제작에는 6명이 참여했다. 첫 장면은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그림을 그렸고, 비둘기가 날아가는 모습과 시민들이 승리하는 장면도 담았다. 제작에 참여한 백지원양은 “만화를 그리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미얀마에 선물해주고 싶었다”며 “미얀마의 참혹한 실상을 많은 학생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미얀마어로 번역한 시를 돌아가며 읽기도 했다. 한글로 쓴 것을 미얀마 유학생들이 미얀마어로 번역해준 작품들이었다. 학생들은 발음이 잘 되지 않는 현지 언어로 띄엄띄엄 시를 낭송하면서도 진심으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응원했다.
전수정 동원중 교사는 “시인과 학생, 교사가 함께 낭송과 시화를 완성하고 웹툰을 그리며 미얀마 민주화를 응원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다른 학급에서도 수업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 이현주 장학사는 “학생들의 응원작품은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국내는 물론 미얀마 현지에도 전달된다”며 “작은 교실에서 조용하게 올린 응원이 미얀마 국민들에게 큰 울림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