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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결핍의 ‘힘’

입력 2021.07.15 20:56

수정 2021.07.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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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이재명, 결핍의 ‘힘’

맨 앞에 있다는 건 분명 흥분되는 일이다. 다만 ‘누군가의’ 열망을 안고 뛰어야 하는 맨 앞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치가 그렇다. 특히 대선 레이스의 맨 앞은 외롭고 쓸쓸한 자리다. 선두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것 자체가 세상의 온갖 모순을 끌고가야 하는 일일 테니. 키르케고르가 말한 ‘신 앞에 선 단독자’에 빗댈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대선이란 후보 개인의 결핍이 세상의 결핍과 만나는 정점이 아닐까 싶다.

구혜영 정치에디터

구혜영 정치에디터

대선을 결핍의 확장이라는 의미로 보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지사는 결핍의 정치인이다. 비주류, 변방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싸우고 돌파하는 기질도 결핍이 근원일 수 있다. 인문학자 최준영은 <결핍의 힘>에서 “결핍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면서 결핍의 ‘힘’을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코드”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결핍에 지지 않는 인생을 살아왔다. 흙수저 소년공에서 유력 대선 주자가 된 정치역정이 함축한다. 한 측근은 “이재명의 결핍이 뿜어내는 힘은 욕망과 갈증”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여당 1위 대선 주자다. 그의 결핍이 욕망, 갈증 수준의 사적 서사에 그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그는 결핍의 힘을 보이지 못했다. 부자 몸조심, 기본소득 후퇴, 바지 프레임에서 드러난다. 한 초선 의원은 “주권자 마음은 기계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예선·본선 분리 전략은 공급자 마인드”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은 “이재명다움을 잃은 것”이라 했고, 그도 “전략 실패”라고 인정했다.

대선은, 나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우리의 미래를 거는 시간이다. 향후 삶에서 “이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후보들의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집권여당 대선 경선엔 미래와 변화의 길이 없다. 심지어 대선 의미조차 규정하지 않고 있다. ‘반○○○’ 연대를 결성하고, 세불리기에 급급하고, 서로의 치부를 공격하며 과거 싸움에 몰두할 뿐.

1위 주자의 책임이 작지 않다. 역대 집권여당 1위 주자는 변화를 호소하고 미래를 말했다. 삶이 고단한 주권자 입장에선 불안한 현실을 더 이상 연장할 수 없으니 미래를 말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말한다는 것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다른 주자들도 “나는 뭘 말해야 하나”라는 고민 속에 어젠다를 내놓는다. 1위 주자를 중심으로 대선판이 형성되는 수순이다. 노사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이 없어도 되는 시스템 정치를 지향한다. 그래서 지금 노무현이 필요하다”고. 기본소득을 외쳤던 이 지사가 미래를 여는 지도자로 인식된 배경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람들은 기본소득이 구명정을 던져주는 1위 주자의 개인기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만들지 않는 미래 시스템이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그는 기본소득 후퇴를 시사했다. 후폭풍은 ‘부실 정책’ 논란에 머물지 않았다. “혹시 이 지사가 ‘해봐서 안다’는 경험칙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라며 불안해한다. 그가 스스로 이룬 성과에 만족한다면, 그에게 걸었던 나의 미래가 겨우 이런 수준이었나 싶은 절망감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촉발한 여성가족부 존폐 논란에도 이 지사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정부조직법 개편 공방은 차치하더라도 이 문제는 미래 가치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사안이다. 젠더 문제는 주류 남성을 제외한 모든 젠더에 가해지는 사회적 차별이다. 여성은 그중 차별받는 수가 가장 많은 젠더이다. 젠더 문제는 여성을 시작으로,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흐름을 내포한다. ‘어떤’ 차별을 용인하는 기류가 힘을 얻으면 ‘나’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한 여성학자는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피억압자 범위가 촘촘해진다. 무수한 젠더들이 차별받지 않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지도자의 젠더 감수성”이라고 강조했다. 힘의 균형조차 맞지 않는 상태에서 젠더 ‘갈등’은 성립 불가능한 표현이다. 여가부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성의 위상을 끌어올린 민주정부의 유산이기도 하다. 집권여당 1위 주자가 결코 소홀히 다뤄야 할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본경선이 시작됐다. 여전히 이 지사는 1위를 지키고 있다. 1위 주자가 ‘결핍을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따라 삶이(정치가) 달라진다’. 사이다 회귀 정도로 자기 역할을 규정하면 안 된다. 이재명의 세상에 미래를 건 주권자들을 위해 지금부턴 결핍의 ‘힘’을 제대로 입증해야 한다. 이것이 역사의 경작자가 되려는 자의 위치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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