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철저한 방역조치 자신
관람객 "조용히 즐기고 갈 것"
거리 두기 2단계서 최대 5천명
시, 취소 근거 없어 "현장 점검"
16일 오후 1시쯤, 대구시 북구 엑스코(EXCO·컨벤션센터) 동관. ‘나훈아 어게인 테스형’ 콘서트 시작을 약 1시간 앞두고 건물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양산과 모자, 부채 등으로 햇빛을 가리고 마스크를 쓴 이들은 입장권을 손에 든 채 줄 앞쪽을 바라보는 등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부부, 자녀와 함께 온 부모 등 가족 단위 관람객이 대부분이었다.
공연을 즐기러 온 일부 시민은 아이스 커피가 담긴 일회용 컵을 들고 있었다. 공연 관계자는 이들을 향해 “아버님·어머님, 커피 (반입) 안 됩니다. 다 드시고 입장해 주세요”라고 외쳤다. 앞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건물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사람들은 공연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손소독부터 했다. 이어 문진표를 작성한 뒤 ‘안심콜’ 번호로 전화를 걸어야 했다. 입장객들은 이 과정을 거친 뒤에는 스텝들에게 입장권을 보여주고 몇 차례에 걸쳐 발열검사까지 받은 후에야 공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에서 대구에서는 16일 수천명이 한 공간에 모인 가운데 나훈아 공연이 강행됐다. 이날 오후 2시 공연은 주최 측이 준비한 4000석의 표가 모두 팔렸다. 콘서트는 오는 18일까지 오후 2시와 7시30분 등 하루 2차례(총 6차례) 열린다. 모든 공연 표가 매진된 상태다. 회당 4000명이 나훈아 공연을 관람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전국 곳곳의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는 등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공연을 여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대구의 경우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하고 있어, 회당 최대 관객 수는 5000명까지 가능하다. 방역 지침을 어기지는 않은 것이다.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도 “나훈아 공연을 눈 앞에서 즐길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도,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의식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어머니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모씨(여·45)는 “(어머니께서) 올해 칠순이라 기념으로 큰 맘 먹고 예매했는데,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서 공연장에 올지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마스크를 1장씩 더 챙겨오고 장갑도 따로 챙겼다. 조용히 공연만 즐기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구시 민원 게시판에도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은 어르신들이 주요 관람객인 만큼 공연을 연기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연 취소를 요구하는 민원 전화가 많이 걸려온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공연을) 취소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대구시와 관할인 북구청, 엑스코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가 방역수칙 위반 여부를 철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여러 겹의 방역장치가 마련된 만큼, 이러한 공연에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철저한 방역 조치, 또 백신 접종의 성과가 대중가수의 큰 공연과 같은 ‘시험대’ 속에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내와 함께 나훈아 콘서트를 보러 왔다는 박모씨(72·대구 달서구)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아내도 마찬가지”라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게 꺼려지긴 하지만 백신도 맞았고 공연장에서도 마스크를 잘 쓰고 있을 자신이 있기 때문에 (감염)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연 주최 측과 엑스코는 2개의 홀을 나훈아 공연장으로 확보했다. 각 홀은 1만5000명(총 3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지만, 4000명만 입장한 가운데 공연이 열린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옆 사람과 좌석 1칸을 띄우고 앞, 뒤로도 지그재그로 앉게 하는 등 거리를 확보한 채 관람하도록 조치했다.
엑스코 관계자는 “사실 나훈아 콘서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추진하다가 코로나19로 미뤄진 후 오랜 준비 끝에 대구에서 열리게 된 것”이라면서 “오래 전부터 예정된 만큼 방역조치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공연기획사 등은 안면인식 체온계와 열화상 카메라를 비치하고, QR코드와 안심콜 등의 방역조치를 했다. 관람객에게는 공연 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함성을 지르는 것은 금지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각 관람객이 어떤 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했으며,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앞서 충북 청주대 석우체육관에서는 지난 10~11일 미스터트롯 전국투어 공연이 강행됐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 공연과 관련한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청주지역은 거리두기 1단계로 관람객 인원 제한은 없는 상태였다.
청주시 측은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당시 공연장을 물리적 거리두기 2단계 수준으로 방역을 강화했다. 석우체육관의 수용인원은 4486명이었지만, 주최 측은 거리두기를 위해 공연 1회 당 수용 인원의 절반 수준인 2200명 정도만 입장시켰다. 마스크도 KF-94등급을 착용하도록 했다.
또 10일 공연 때는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간이검사를 진행했고, 11일 공연때는 백신접종자를 제외한 인원들에게 이 간이검사를 의무화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안심콜 집계 결과 9440명이 공연을 관람했고, 4885명이 간이검사를 받았다”며 “당시 청주는 거리두기 1단계 상황이어서 공연 개최를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방역을 강화했다. 아직까지 이 공연장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