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종사자 코로나 선제검사 의무…청소년 보호 vs 방역 책임 떠넘기기

이하늬 기자

학원 강사 등에 대한 코로나19 선제검사 행정명령을 내린 서울시를 상대로 학원 단체가 ‘행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에 백신 접종도 받지 못하는 아동·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과, 백신 접종 우선권은 보장하지 않은 채 방역 책임을 온전히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학원가의 모습 /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학원가의 모습 / 연합뉴스

‘함께하는사교육연합’(함사연)은 지난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 및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학원·교습소 종사자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위반시 200만원 이하의 벌금과 방역비용 등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 행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다. 경기도 고양시, 부천시, 성남시 등도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고 지키지 않는 경우 2주간 집합금지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함사연은 “학원·교습소는 중점관리시설이 아닌 일반관리시설에 해당하며 다른 일반관리시설인 결혼식장, 장례식장, 공연장 등에 비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서 이번 처분이 평등·비례원칙 위반이며 재량행위의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신모씨(43)는 “2주 간격으로 검사를 받지 않으려면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접종이 원활하지 않다”며 “기본적인 지원도 제대로 안 되면서 처벌을 이야기하니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나경씨는 “징벌적 접근이 아니라 같이 회복하는 차원으로 가야한다”며 “지난 1년반 동안 학원도 힘들었는데 지원 하나 없는 상황에서 원장과 강사 개개인이 모든 부담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학원에서는 강사에게 ‘확진시 구상권’ 관련한 각서를 쓰게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자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점관리시설, 일반관리시설 구분과 별개로 접촉이 많고 과거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곳을 기준으로 했다”며 “권고만 하게 되면 실질적인 확산 방지에 한계가 있어 행정명령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학원 강사들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강하게 주의를 주는 것이 행정명령의 목적이다.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사유를 제출하면 제외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학원 종사자들과 달리 학부모들은 지지하는 분위기다. 초등학생 1학년 학부모 김모씨(40)는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으로부터 ‘강사와 직원 다수는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하였고 의심되는 경우 선제적 조치·검사에 응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후 “관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학부모 이은정씨는 “학부모 입장에서 강사들이 검사를 하고 백신을 맞으면 좋기는 하다. ‘관리 의지를 보여주고 불안함을 덜어준다’는 반응이 상당수”라면서도 “하지만 이를 의무화하고 벌금, 집합금지 등의 제재를 하는 건 심한 것 같다. 문을 닫으라는거냐”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 이모씨(34)는 “학교가 원격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교직원에게도 똑같은 조치가 내려졌을 것이다. 과하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며 “시험을 이유로 고3을 우선접종 해주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교육에 대한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함사연이 서울시로 상대로 낸 소송은 서울시의 행정명령이 ‘지금 반드시 필요했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안을 고려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긴급했는지, 백신이나 권고 등의 대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지 등이다. 서채완 변호사는 “특정 집단을 설정한 행정명령은 이런 설명을 제대로 할 의무가 있고, 나아가 차별적 요소는 없는지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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