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의 기본소득 구상, 건설적 정책 토론의 전기 되길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겐 한 해 200만원, 전 국민에겐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구조 개혁과 국토보유세·탄소세로 재원을 만들고,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해 제도를 설계·시행하며 국민적 공감을 넓혀가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가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정·관계와 학계의 논쟁도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의 공약은 2023년부터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급하고 임기 내에 연 100만원(4인 가구 400만원)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분기별로 소멸성 지역화폐로 나눠 주고, 19~29세 청년 700만명에겐 연 100만원을 더 지급하겠다고 했다. 청년들은 11년간 2200만원을 받는 틀이다. 재원은 예산 자연증가분·세출 조정·재정 개혁 등으로 25조원 이상을, 순차적으로 조세감면을 줄여 25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국토보유세·탄소세 신설 계획도 내놓았다. 종부세 대신 토지에 매기는 국토보유세는 징수액을 기본소득으로 균등지급해 국민 80~90%는 세금보다 받는 돈이 더 많아지고, 탄소세는 국제기구 권고대로 t당 8만원씩 64조원을 걷어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 전환과 기본소득 예산으로 나눠 쓰자는 구상이다. 장래엔 정책 효능 검증과 국민적 합의를 거쳐 기본소득 목적세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점진적으로 늘리고, 재정개혁과 증세로 조달하는 기본소득 골격을 짠 것이다.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복지 대책으로 주목하는 전 지구적 담론이다. 인공지능·로봇·키오스크·자율주행차가 인간을 대체해 생기는 실업·소비 문제를 기본소득으로 뒷받침할 때가 올 것을 상정한 대안이다. 실험과 연구는 많지만, 석유판매수입금을 나누는 미국 알래스카주 외에 이 제도를 전면 도입한 곳은 없다. 한국에선 1년 전 이 지사가 주창하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검토할 시기가 됐다”며 당 강령에 넣어 논쟁이 촉발됐다.

정책은 선악보다 선택과 효율이라는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도 필요성과 추진 속도, 불평등 완화·소비진작 효과, 복지체계와의 보완·통합을 두고 여야의 검증대에 오를 것이다. 네거티브로 덮여가는 대선에서는 정책 대결의 물꼬도 될 수 있다. 치열하되 건설적인 논쟁을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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