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개정서 제외됐던 표준임대료제 도입도 필요
시행 1년을 맞은 새 임대차법이 국민 10명 중 4명에 해당하는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면 앞으로는 ‘주거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저주거기준’의 개선 문제가 꼽힌다. 2004년 도입된 이래 “별다른 개정 노력 없이 방치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거실태조사에서 2019년 기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5.3%(103만가구)로 집계됐다. 이 비율 역시 2014년(5.4%) 이후 개선 없이 정체돼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근 최저주거기준 등을 규정하는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거기본법은 정부가 주택 건설, 임대주택 공급, 주거비 지원 등의 정책을 펼 때 기준이 되는 주거 관련 최상위법이다.
개정안을 보면 현재 최저주거기준 조사에서 제외돼 있는 고시원, 쪽방,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 거주자들도 조사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서 비주택 거주는 39만가구에 달했다. 이 같은 비주택이 조사에 포함될 경우 최저면적기준 등에서 규제를 받고,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비 지원 등의 길이 열리게 된다. 개정안에서는 현재 14㎡인 1인당 주거 최저면적기준을 25㎡로 대폭 상향했다. 채광·환기·방음·악취 등의 기준도 새로 마련했다. 심 의원은 “국토교통위 소속으로 활동한 지 1년이 넘도록 회의 테이블에 최저주거기준이 올라온 걸 본 적이 없다”며 “법을 개정해 청년과 집 없는 시민에게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서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 과정에서 도입이 제외된 ‘표준임대료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표준임대료제를 도입하려면 지자체별로 임대료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데, 전·월세신고제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전·월세신고제를 시행하면서 “표준임대료제 도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비주택 거주 사례를 보면 집이라고 볼 수 없는 열악한 곳에 버젓이 세입자를 들이고 월세를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주거기본법 개정이 한시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표준임대료제 역시 계약기간이 4년으로 늘면서 신규 계약 시 임대료 폭등 우려가 있으므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정책 변화는 매우 더디다. 새 임대차법에서 기본 임대차 계약기간을 최대 4년으로 늘린 것은 1989년 법 개정(1년→2년) 이래 31년 만의 변화다. 임대료 상승분을 ‘5% 이내’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된 것은 1981년 임대차법이 제정된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었다. 22일 국토부의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전체 가구 중 전세·월세·보증금 없는 월세에 거주 중인 가구 비율은 38.1%다. 소득이 낮을수록 이 비율은 더 높아져 하위 1~4분위 가구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7.1%가 전·월세 등에 거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