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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검토해야 할 ‘검증’의 관점

입력 2021.07.26 03:00

수정 2021.07.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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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4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자는 9명이다. 정당별로 더불어민주당 2명, 국민의힘 4명, 무소속 3명이며 모두 남성이다. 아직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각 정당과 무소속 후보까지 따지면, 대통령 후보는 최소한 20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봉건시대의 군주, 조선시대의 왕의 자격은 ‘적장자(嫡長子)’면 충분했다. 인성, 가치관, 능력, 리더십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표’를 투표로 선출하기 시작한 근대국가 이후 누가 ‘대표’가 될 자격이 있는지, ‘대표’의 자질은 무엇인지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이 질문을 얼마나 진지하게 했는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는 ‘대표’의 자격과 자질을 검증한다는 명목으로 검증 목록은 늘려왔지만 정작 누구의 관점인가, 필요하고 적절한 기준인가 등의 핵심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근대국가 초기 ‘대표’의 첫 번째 자격은 ‘남성’이었다. 놀랍게도 스위스 여성들은 1971년에야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대표’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자격은 ‘재산’과 ‘나이’였다. 재산이 있는 나이 든 남성들만이 ‘대표’가 될 수 있었다. 재산이 있는 나이 든 남성 대표들.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장면 아닌가? 명시적 기준이 사라졌음에도 결과는 여전히 같은 정치현실에 주목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공직선거법 제16조에 ‘나이’ 기준은 여전히 있다. 40세 이상의 국민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고, 25세 이상이 되어야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될 수 있다. 이제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재산이 있는 나이 든 남성은 당연히 가부장(家父長)이다. 가부장에게 제가(齊家)는 중요한 덕목이다. 자녀, 아내 등 가족이 늘 검증 목록 1순위인 이유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개인과 인권이 중요한 현대에 산다. 가부장 관점의 책임 공방은 낡고 틀렸으며 심지어 위험하다. 출발은 가부장에 대한 검증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가부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비난, 특히 주요 대상으로 소환되는 여성에 대한 혐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심각한 문제는 가부장 관점이 중요하게 유지되는 한 위계화된 자격 기준은 질문을 받지 않고 가부장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자격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대표’는 힘센 가부장이 아니다. 평등과 인권, 민주주의 국가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리더이다. 이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쌓아온 문제적인 가부장 관점의 검증 목록을 성평등과 인권 관점으로 재검토하고 갱신해야 한다. 과거의 낡은 검증 목록에 기대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검증’ 정보들을 가십으로 소비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검증’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언론의 클릭 장사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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