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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의 ‘기억’

입력 2021.07.27 03:00

수정 2021.07.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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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광화문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서점이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엄마 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보았다. 지식과 이야기가 가득하고 머리 위 거울로 타인의 가르마를 볼 수 있는 신기한 곳. 광화문에 대한 내 첫 기억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광화문에 대한 낯선 기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광화문 사거리를 지날 때면 왠지 어른의 세계를 엿보는 기분이었다. 처음 광화문에 왔을 때와 똑같이 그곳엔 유명한 언론사들과 청사, 대사관이 서 있었다. 일부러 광화문을 들르는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기도 했다. 언젠간 나도 저 세계 사람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나도 ‘이 세계 안’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 건 2014년 이후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비슷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 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다. 내가 당사자가 된 것만 같은 집회에 참석했다. 깃발 아래에 서보기도 했고, 아무 소속 없이 서 있다 오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에 선 나는 그냥 아무나가 아니었다.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이었고, 이 사회의 일원이었다. 그렇게 ‘노란’ 광화문은 내 안에 가장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공간으로 남았다.

세월호 이후 세계관이 바뀐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내가 활동하는 참여연대는 2015년 이후 몇 년간 매주 수요일 세월호 노란 리본 공작소를 운영했다. 그곳에서 만난 청소년 시민들, 청년참여연대에 활동의 문을 두드리는 청년 중 몇몇은 자신을 ‘세월호 세대’라 칭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나’의 사회적 의미를 찾았다고 했다. 그전까지 우리 세대는 사회적 참사에 침묵하고 묵묵히 내 자리를 보전하려 ‘노오력’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종용받아 왔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는 다짐엔 그전의 ‘잘 사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다. 내가 발 딛고 선 땅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부조리도 참지 않겠다는 다짐. 구조적 무관심의 고리를 끊자는, 참여 다짐이다.

그 다짐이 모여 있는 곳이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이다. 광화문 한복판에 선 기억공간을 마주칠 때마다 7년 전의 다짐을 떠올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배운 안전의 감각, 개개인이 손에 쥐었던 변화의 감각을 떠올리곤 했다. 앞으로 살아갈 사회는 개인이 일상에서 안전과 정의를 요구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가 함께 노력하라는 시민의 요구가 기억공간에 있다. 실제로 안전권의 이름 아래 안전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몇몇 정책적 시도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없어질지 모른다. 서울시가 세월호 기억공간의 철거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지워주는 회사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드라마 <디리>에는 남기고 싶지 않은 자신의 데이터를 지우려는 수많은 의뢰인이 나온다. 디리의 창업자는 의뢰인들의 데이터를 지워주지만, 종국에는 자신이 지운 아버지의 비리로 수많은 사람이 죽은 부정부패가 일어났음을 깨닫고, 소중한 정보를 남기는 데이터 보관소로 회사를 바꾼다. 기억은 다음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망각과 왜곡에는 배제하는 권력이 있을 뿐, 모두의 염원과 다짐은 없다. 우리의 다음 삶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을 ‘망각’의 방법으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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